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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연탄배달을 시작한 첫날인 12월 6일. 능인복지관 재가복지팀 이은옥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는 구룡마을 4단지를 방문해 1600장의 연탄을 날랐다. 이 복지사에 따르면, 연탄지원 사업은 “연탄 한 장 값보다 배달 인건비가 더 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란다. 연탄 한 장 가격은 350원인데, 연탄을 연료로 하는 가정이 대부분 언덕이나 산 같은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지게를 지고 나르는 인건비까지 합치면 1~2천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와 복지사들이 전달까지 도맡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연탄과 오르막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걸까. 구룡마을 4단지도 하나같이 골목이 좁고 오르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이 좁고 오르막이 없는 골목은 개조한 리어카로 연탄을 옮겨야 한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개조 리어카로도 갈 수 없게 되자 자원봉사자들은 일렬로 늘어서서 연탄을 전달했다. 한 장이라도 깨질세라 조심조심 옮기는 자원봉사자들의 이마에 곧 땀방울이 맺힌다.
초등학교 다니는 손녀를 혼자 키우는 지순이 할머니(78)는 자원봉사자가 대문 옆에 쌓아놓은 200장의 연탄을 보고 모처럼 표정이 밝아진다. 심장병과 당뇨를 앓고 있어 유난히 추위를 더 타는 할머니는, 예전에는 가스와 석유로 난방을 했지만 고유가 시대로 접어든 이후 마음 놓고 난방도 못했다. 지난겨울이 너무 추웠던 나머지 올해는 연탄을 연료로 하려 했지만 연탄보일러를 들여놓을 돈 40만원이 없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할 수 없이 40만원을 빚져서 연탄보일러를 들여놓았어”라며 “이제 연탄보일러 쓸 수 있겄네”라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