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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의 불서코너가 썰렁하다. 책이 많지 않으니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불서코너가 이용객에게 외면받는 이유가 뭘까?
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에 의하면 2005년 한해 발행된 서적은 총 4만3595종. 500여 공공도서관의 1년 장서 구입비는 120여억원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도서관의 도서구입비가 한 곳당 한해 240만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와같은 현상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공공도서관들이 연간 국내에서 발행되는 도서의 15~20%정도 밖에는 새로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여실히 드러낸다. 도서관에 가도 보고 싶은 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이용자들의 불평은 클 수밖에 없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출판사에서 의무적으로 납본을 받는 국립중앙도서관이 4866권, 국회도서관이 2685권 등의 불서를 소장하고 있다. 서울 남산도서관 1147권, 서울 정독도서관 729권, 경기 시흥시립도서관 470권, 충북 청주시립도서관 433권, 광주 중앙도서관 343권, 전북 익산시립도서관 252권, 대전 신탄진도서관 184권, 경북 고령도서관 49권, 경북 점촌도서관 44권 등이다. 소도시 도서관으로 갈수록 불서소장은 줄어들고 있다.
서울 N도서관의 한 사서는 “도서관 당 불교도서 비치는 ‘도서관법’에 의거 봉사대상 기준인구(도서관이 설치되는 해당 시·읍·면의 인구)에 따라 정해져 있다”며 “장서구성비율은 정해져 있는 규정에 따라 맞춰지지만 종교서적의 경우 불교 기독교 기타종교 등이 ‘종교’하나로 통합돼 있기 때문에 종교를 떠나 신간위주로 잘나가는 책을 구입한다”고 밝혔다.
또, 불자들의 책 안 읽는 풍토가 도서관의 불서비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불서를 대출하는 사례가 드무니 불서 비치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도서관 측의 설명이다. 서울 J도서관의 대출담당자는 “종교서적을 구별해 대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계 내기는 어렵지만 불교서적의 대출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도서관에서도 사정도 엇비슷했다.
도서관마다 희망도서 신청서를 비치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열어두고 있지만 불서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불교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불서의 경우 기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불교계 출판사는 책을 발행할 경우 의무적으로 납본해야 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각 1권씩 겨우 2권을 보내는 정도다. 그러나 일반 출판사의 경우 납본용 도서를 150권이나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공공도서관의 경우 도서를 기증한다고 해도 쉽게 받아주지도 않고 자칫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교출판문화협의회 차원에서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불서’를 기증하거나 납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불교출판문화협회 김시열 사무국장은 “내년부터는 협회 차원에서 불서구입비용을 협찬받아 공공도서관 등에 불서를 납본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해 그나마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