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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청소년 2200여명 서울 온 까닭은?
[시방세계]월정사 문수청소년회, 지역 중고생 초청 뮤지컬 애니 관람
뮤지컬 공연이 끝난 뒤 기념촬영 시간. 사진 가운데 왼쪽부터 월정사 자월 법상 적천 스님 이경순 평창교육청 교육장 배우 전수경씨 유희성 서울시 뮤지컬 단장 문수청소년회 해량 스님

#진부고 학생들, 경복궁 경회루 배경으로 사진‘찰칵’
11월 29일 낮 12시 30분 경. 경복궁 주차장으로 관광버스가 연이어 도착했다. 잠시 후 감청색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버스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조금 추워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얼굴은 생기발랄함 그대로다.
이들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에 위치한 진부고등학교 학생들. 평창 월정사 문수청소년회(총재 정념·월정사 주지)가 마련한 네 번째 문화예술탐방 뮤지컬 ‘애니’ 관람을 위해 아침부터 서울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
1학년 4개 학급과 2학년 4개 학급 등 모두 220여명의 학생들이 경복궁 앞마당에 들어서자 주위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아이들은 주머니에서 디카와 폰카를 꺼내 삼삼오오 모여 사진부터 찍기 시작했다.
경복궁 내부로 들어선 학생들은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근정전을 신기한 눈길로 둘러봤다.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사신이 왔을 때 연회를 베풀던 경회루를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하기도 했고, 사정전 앞에 있는 해시계인 앙구일부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경복궁을 둘러보는 불교학생회 총회장 주연이의 마음은 뿌듯하기만 하다. 동아리 차원에서 2주에 한 번씩 법회를 하지만 오늘 같은 ‘특별법회’를 자신들이 마련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불교학생회 부회장 도성이에게도 월정사는 일종의 든든한 ‘빽’이다. 최근 뮤지컬이 인기인데, 친구들에게 뮤지컬 관람을 선사해준 월정사 덕분에 목에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타고온 버스도 월정사에서 지원한 것이다.
경복궁을 둘러본 학생들은 뮤지컬을 보기 위해 서둘러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했다.

#“친구들과 뮤지컬 한번 해봤으면 좋겠네”
세종문화회관 앞은 오후 1시 30분경부터 관광버스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뮤지컬 ‘애니’를 관람하러 온 2200여 강원도 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실은 차량들이 속속 도착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디카로 사진부터 찰칵

잠시 후 세종문화회관은 평창중ㆍ고등학교, 봉평중학교, 상지대관령고등학교, 진부중ㆍ고등학교, 강릉사천중학교, 명현학교, 강릉 제일고등학교, 관동중학교, 강릉오성학교 등 강원도 말씨를 쓰는 학생들로 순식간에 ‘점거’됐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용전리에 위치한 용전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1학년 1학급, 2학년 1학급, 3학년 1학급 등 전교생이 14명에 불과하지만 고급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단체로 서울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공연이 시작되자 뮤지컬 관람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고아원 원장 해니건이 애니를 비롯한 고아들을 괴롭히자 야유를 보내기도 했고, 세계적 갑부 워벅스씨가 애니를 입양하려고 하자 자신들 일인양 마냥 흐뭇해했다. 특히 보상금을 노리고 애니 친부모임을 자처하던 해니건 원장 남동생 일당의 거짓말이 들통나자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했다.
진부중학교 학생들이 공연 시작 전 팸플릿을 보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용전중학생들은 무대 위에 올라가 출연한 배우들과 악수를 나누는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사실 평일에는 뮤지컬 공연이 없지만 세종문화회관측과 서울시뮤지컬단측의 도움으로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무대가 선사된 것이다.
공연을 보고 난 뒤 2학년 동윤이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워벅스씨와 고아들이 함께 행복하게 지내게 된 마지막 장면이 감동스러웠다”는 동윤이는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1학년 현숙이는 “친구들과 뮤지컬을 직접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며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심신 힘겨울수록 문화양식 더 절실”
강원도 청소년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본업 외에도 수해라는 천재지변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를 보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심신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문화 양식이 더욱 더 절실할 것”이라는 월정사측의 배려로 오늘 하루만큼은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인터뷰]문수청소년회 사무국장 해량 스님
“문화 소외지역 청소년에게 고급문화 체험 기회 제공”


해량 스님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 청소년들에게 고급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문수청소년회 사무국장 해량 스님(사진)은 2004년 문수청소년회가 창립된 후 인성교육, 스키캠프, 청소년 지도자 양성교육 등 ‘맑고 지혜로운 청소년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이끌고 있다.
문화예술탐방은 첫회 40명으로 시작했지만 2회 800여명, 3회 1200여명 등 회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우리학교도 참가기회를 달라”는 항의 아닌 항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예산’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해량 스님은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해량 스님은 “이런 기회가 많아질수록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불교와 친숙해 질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남동우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
2006-12-02 오전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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