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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은 중도를 설명하는 법문을 하면서 과학을 많이 인용했다. 그렇다면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과 현대과학은 얼마나 정합되고 있을까. 또 불교의 과학적 증명을 다룬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과 <자기를 바로 봅시다> 등을 포함한 많은 법문들은 중도(불생불멸, 상주불멸, 쌍차쌍조, 연기 등)와 과학을 어떻게 연관 짓고 있을까.
성철선사상연구원(이사장 원택)은 성철 스님 열반 13주기를 맞아 11월 27일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1960년대 전후 상황과 성철 스님의 역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서 고려대 양형진 교수는 논문 ‘성철 스님 법문에서의 중도와 과학’을 통해 성철 스님의 중도 법문에 나타난 불생불멸, 부증불감, 쌍차쌍조(양변을 떠난 중도)의 중도원리를 상대성 이론의 등가원리로 다양한 과학적 해석을 시도했다.
양 교수는 우선 “백일법문의 골수는 <화엄경>의 내용 중 ‘일체 만법이 나타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나니, 만약 이 법을 알 것 같으면 모든 부처님이 나타난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며 불생불멸에 대한 과학적 논증으로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를 예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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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양 교수는 “에너지가 없어져야 입자가 생겨나고 입자가 없어져야 에너지가 생겨나므로 생과 멸은 언제나 함께 공존해 있다”며 “생과 멸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전체 즉 불이(不二)로 표현될 수 있고 이를 물리학에서는 ‘보존’으로 불교에서는 ‘불생불멸’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생과 멸이 분리될 수 없으니 멸이 곧 생이고 생이 곧 멸이어서 생멸이 원융해 쌍조가 되고 생멸이 사실상 없으니 생도 아니고 멸도 아니어서 생과 멸이 함께 사라지니 쌍차가 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양 교수는 또 “성철 스님은 근본불교에서 천태, 화엄, 선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가르침 전체를 중도로 이해·설명하고 있다”며 “이는 ‘부처님은 양변을 버린 중도를 정각했다’ ‘양극단에 집착하지 않고 그 가운데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등 ‘초전법륜’의 중도 선언과 <숫타니파타>의 피도안품, <가전연경>을 활용해 설법한 스님의 법문에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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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또 “나의 마음, 사물 등이 우주의 연기(緣起) 속에서 존재한다는 성철 스님의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모든 소리마다 묘한 이치로다. 보고 듣는 이것 밖에 따로 진리가 없다’는 법문은 경험적 진리일지는 모르나 과학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불생불멸, 색즉시공 등의 불교적 진리는 양자역학, 소립자학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보편적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우주 삼라만상의 존재와 참나를 찾는 불교가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기술·논증될 수 있는 것은 주목할 말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