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에 실이 잘 들어가지 않는 밤
문득 이불 깁던 등 굽은 실루엣
내 모습 어머니 같아 손톱 물고 앉았다
세월을 펄럭이며 바람결 흘러가고
빨랫줄에 햇살 함께 너울대던 하얀 홑청
올올이 건너온 시간, 숨바꼭질 하던 아이
풀 먹인 이불 대청마루 위에 뒹굴면
바싹 마른 풀꽃 향기 은근한 품속에서
엉덩이 찰싹 붙이던 소리, 그 목소리 듣고 싶다
계간문예지 <유심> 겨울호가 운치 있고 여유로운 시조 한 마당으로 채워졌다. <유심> 겨울호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만해 스님의 시 사상을 계승해 처음으로 시조백일장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2006 만해축전에서 현대시조10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이근배 시인은 유심시조백일장 심사위원을 맡아 “장원 ‘단추를 달며’는 269편의 응모작 가운데 단연 탁월하다”며 “바늘에 실을 꿰어 단추를 달면서 어머니를 떠올리는 지극히 평범한 발상을 김선화씨는 조각보를 누벼가듯 살아있는 언어로 또렷이 그려내 가슴에 들이밀고 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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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은 김용회씨의 ‘제부도에서’, 차하는 권영희씨의 ‘물한동 가는 길’이 차지했다.
<유심> 겨울호는 원로 시조시인 ‘백수 정완영 시인과의 대담’, 박찬일 시인의 ‘정완영론’, 이지엽 정수자 홍성란 시인의 ‘현대시조 100주년 기념 특별좌담-이제 하나 되어 겨레의 시를 계승 노래하라’ 등 시조에 집중했다.
대담에서 올해 미수를 맞은 정완영 시인은 “인생은 하나의 미열을 앓는 것이다. 자고 나면 근심이 생기고, 가보고 싶은 곳도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생기고, 이렇게 미열을 앓는 것이 인생이라면 ‘예술은 그 통증이다’, 몸부림치는 것이다”라고 시조 창작을 표현한다.
하루 10시간씩 시조창작에 매달릴 정도로 시조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노 시인의 젊은 창작열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 홍성란 시조시인의 신작 시조 10편을 모은 ‘홍성란 소시집’을 비롯해, ‘종교적 상상력과 문학’ ‘선지식을 찾아서’ 등 <유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획코너들이 독자들을 기다린다.(02)730-2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