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회 조계종 중앙종회를 모니터한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출가정신을 회복하고 특권의식을 버리라"는 요지의 논평문을 11월 30일 발표했다.
교단자정센터는 논평문에서 “마곡사 검찰 압수수색 결의문은 종회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문제의 본질은 의혹이 교단 내 호법기구에 의한 자정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마곡사 사태와 종회의원 선거 시기를 겪으면서 감찰기관의 무기력 뿐만 아니라 종정기관 구성원 사이의 겸직이 중대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종회의원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의 개정안에 대해서는 “개정안의 핵심대로 교구선관위에게 중앙종회의원선출의 권한을 이양한다면 교구별로 세력이 큰 문중과 계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종회의원만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단자정센터는 또 “정부보조금을 집행하고 삼보정재를 사용하는 불사의 관리ㆍ감독을 위해 ‘건축불사위원회’와 ‘건축불사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논평문 전문.

172회 중앙종회를 모니터하며

조계종단의 대의기구인 제14대 중앙종회가 제172회 중앙종회를 개회하며 개원되었습니다.
중앙종회의원의 선거 시기에 각종의 불법ㆍ타락상이 만연하였고 종정기관이 위법행위를 주도하는 등 조계종단의 작금의 위기상황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대중들은 제172회 중앙종회가 한국불교의 미래를 논의하는 뜨거운 토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장시간의 종책질의를 비롯하여 과거보다 일부 진일보한 모습이 비춰지기는 하였지만, 중앙종회와 총무원은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종단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변화을 향한 목소리와 유리된 태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

이번 중앙종회를 모니터하며 본 센터가 쟁점 사안으로 살펴본 것은 다음과 같다.

1. 마곡사 검찰 압수수색 결의문은 종회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의혹이 교단 내 호법기구에 의한 자정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검찰의 수색이 있기 넉 달 전쯤인 6월 15일 마곡사의 일부 스님들이 총무원과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ㅈ스님은 부적격자임으로 차기주지 임명을 막아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습니다.
마곡사 스님들은 진정서에서 ㅈ스님이 말사주지 품신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으며, 삼보정재를 유흥비로 탕진하고, 승려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총무원은 진정서 제출 보름 후인 6월 30일 ㅈ스님에게 마곡사 주지 임명장을 수여했고 호법부에서는 이에 대한 조사를 방기하였습니다.
ㅁ사와 ㄱ사 주지 품신 대가로 받았다는 수표의 사본, 유흥비 지출 카드 내역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녹취서 및 자필확인서 등 구체적인 증거자료로 첨부되었고, 중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일방적 주장이 담긴 것이라는 이유로 호법부는 조사를 회피하였습니다.
총무원이 진정서 내용을 면밀히 확인했더라면, 검찰에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며, 더욱이 검찰이 교구본사 종무소를 압수수색하는 사태는 애초에 발생할 여지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중대차한 사안에 대하여 종단차원의 조사는 방기한 채 오히려 당사자인 마곡사 주지에게 해결하도록 위임하는 어처구니 없는 교단내 비리불감증이 결국 검찰의 수사를 불러들인 것입니다.

2. 마곡사 사태와 종회의원 선거 시기를 겪으면서 감찰기관의 무기력 뿐만 아니라 종정기관 구성원 사이의 겸직이 중대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번 마곡사 결의문을 발의한 태진스님 등 중앙종회의원스님들에게 묻겠습니다.
특히 태진스님은 종단의 2003년 3월 감사국장, 2005년 3월 호법국장을 지내신 분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리라 판단됩니다.
종단의 판관들인 호계위원들이 총무원의 직책이나 본사주지를 겸직하는 상황에서 설사 호법부가 의지를 갖고 심판청구하더라도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이에 대하여는 본 센터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부분이며, 겸직자체가 제척사유에 해당함에도 이를 종법으로 계속 묵인한다면 종법문란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선언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또한 선기기간 중에 본사주지가 중앙 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위법행위를 스스로 주도하였다는 것은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러한 엄중한 사태에 대한 책임은 감찰기구를 총괄하고 있는 총무원장과 제도를 정비해야할 중앙종회에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종단의 대표 대의기관인 중앙종회가 검찰에 대한 비난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과 의무는 하지 않고 제3자를 비난하는 꼴입니다.

3. 3월로 이월된 종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도가 심히 우려됩니다.

장주스님이 발제한 중앙종회의원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이 ‘종헌종법개정안기초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여 3월 중앙종회에서 의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대로 교구선관위에게 중앙종회의원선출의 권한을 이양한다면 교구별로 세력이 큰 문중과 계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종회의원만 선출하게 될 것입니다.
선거가 결국 연기된 불국사와 관음사 교구의 상황에서도 보여지듯이 힘있는 스님들의 전횡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선거제도 자체의 의미가 상실될 것입니다.
현재 선출방식조차도 전체 사부대중의 의사가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으면서 오히려 금번 종법개정안은 대중의 뜻과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3월에 열릴 종회에서 조차도 이런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계속된다면 본 센터는 발의한 종회의원의 활동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4. 정부보조금을 집행하고 삼보정재를 사용하는 불사의 관리ㆍ감독에 대한 제도적 장치(불사위원회)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본 센터는 ‘불교중앙박물관 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영담·이하 박물관특위)가 제안한 불사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172회 중앙종회에서는 정부보조금과 매칭펀드 방식으로 건설하는 마곡사의 ‘한국불교전통문화 산업지원센터’(이하 센터)의 건립부분에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240여억원이 들어가는 센터의 공사(종단이 부담해야할 금액은 120여억원)의 진행에 대하여 대의기구인 중앙종회에서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정부보조금을 받는 불사가 마곡사 뿐만아니라 문화재 보수등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교역사문화기념관’의 경우처럼 그 과정이 공개되지않고 주요 사안과 건축 과정에 대한 논의와 검토 부재, 보고와 관리체계 상실로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불사에 언제 부정부패, 담합의 독버섯이 피어날지 모르는 무방비의 상황입니다.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건물의 건축과 같은 전문분야에 대한 효율적이고 투명한 진행과 관리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입법화하여 건축불사관련 부정비리의 고리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합니다. 또한 건축불사가 기존의 전통건축과 조화를 이루며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할 수 있도록 출재가를 막론하고 지혜를 모을수 있는 ‘건축불사위원회’와 ‘건축불사메뉴얼’(가칭)을 제정해야 합니다.

이상 172회 종회를 참관하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의 대표 대의기관의 성원답게 진지하고 심도있는 생산적인 종회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불기2550(서기2006)년 11월 30일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