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질수록 찻잔에는 손이 더 많이 가지만 바깥나들이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올 겨울에는 차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전시와 행사를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찻자리 그림인 다화(茶畵)와 차도구 전시, 다례(茶禮)ㆍ다무(茶舞) 공연 등 12월에 차 행사가 잇달아 열린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서울 윤 갤러리(대표 윤용철)가 마련한 ‘3인 3색의 색깔있는 다화전(茶畵展)’이다. 12월 한 달 동안 한국화가 송영방(4~11일), 서양화가 이성주(13~20일), 선화가 수안 스님(23일~30일)의 다화를 연이어 전시한다.
윤용철 대표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돼 왔던 다화를 장르별로 선별해 전시하고, 다화와 어우러지는 골동품과 현대 다기, 꽃꽂이를 함께 연출함으로써 격조 있는 찻자리를 펼쳐보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수묵화가 송영방 화백의 <초의대사 끽다도>

동국대 예술대 학장을 역임하고 산수화, 인물화, 불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펼쳐온 수묵화의 대가 송영방 화백은 차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풍속화 같은 다화(茶畵)를 선보인다. 개울물이 흐르는 숲 속에서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는 초의 스님을 그린 ‘초의대사 끽다도’, 초의선사와 다산 정약용이 초당에서 만나 다담(茶談)을 나누는 장면이 담긴 ‘다담(茶談)’ 등 이야기가 담긴 다화와 매화를 소재를 한 절지화 등 25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서양화가 이성주의 <계산무진>.

서양화가 이성주는 ‘차완(茶碗)’을 소재로 한 다화를 내놓는다. 그림의 배경에 서화와 글씨를 도입하고 차완을 중심적인 이미지로 삼고 있다. 자칫 낯설게 느껴지는 이러한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비현실적’이지만 신선한 조화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배경으로 한 ‘명선(茗禪)’ 등의 작품에서는 추사의 글씨가 가지고 있는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격조를 느낄 수 있다.
선화가 수안 스님은 일정한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천진무구한 선화를 전시한다. 찻잔이나 화병, 좌선하는 스님과 어우러진 글씨가 담백한 시각적 이미지를 준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는 “서화는 차와 더불어 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단순한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정신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차와 상통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차와 서화가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의 가치를 빛내주는 상승효과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02)738-1144

	선화가 수안 스님의 <차맛 좋다!>

한국차문화협회 부천지회(지회장 박경엽)가 12월 9일 부천시청 대강당에서 개최하는 ‘차예술 공연’은 각종 차 예술 공연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자리다. ‘다례, 다악, 다무의 향연’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1부에서는 행다시연회와 자연과 어우러진 사진전시회가, 2부에서는 규방다례ㆍ어린이 효도다례ㆍ명상차와 명선다무ㆍ초의선사의 다선삼매 등 다채로운 차 공연이 마련된다.
이 밖에 진주교방굿거리춤, 남도민요, 좌북놀이와 진도북춤 등도 선보이는 ‘종합 공연 연회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박경엽 지회장은 “우리 가락, 우리 소리가 행다 공연과 어우러지는 색다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032)662-4462

	푸어재가 주최하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차와 건강>전에 전시될 단계석 다반.

한편 보이차전문매장 푸어재(대표 황보근)는 12월 13~23일 서울 학고재에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차와 건강’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한 정품 보이차와 중국 광동성에서 생산되는 휘록응회암(輝綠凝灰岩)인 단계석(端溪石)으로 만든 다반(茶盤) 등이 선보인다. 황 대표는 “소장 가치가 높은 중국 맹해차창의 ‘영청보리수묘기념차’와 ‘불연차(佛緣茶)’는 물론 오방색(五方色)을 두루 갖춘 단계석 다반은 차 생활에 큰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02)725-5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