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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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깨달음 사진으로 남기고
禪 사진 선구자 관조 스님을 기리며

“좋은 사진 한 장이 깨달음의 순간을 가로채는 것”이라고 말해왔던 사진수행자 관조 스님. 부처님의 자비로움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빌어 세상 만물을 바라봤던 관조 스님이 11월 20일 오전 10시 35분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누차 시신 기증 의사를 밝혔던 관조 스님의 뜻에 따라 영면에 든 스님의 법구는 동대 일산병원에 기증됐다. 스님이 만물의 불성을 담았던 양쪽 각막은 적출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를 통해 앞을 보지 못하는 이에게 기증되고, 법구는 의학 및 연구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1943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관조 스님은 1960년 부산 범어사에서 지효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8년부터 사진 수행을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사찰과 자연을 사진에 담아 한국 불교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일을 포교의 한 방편으로 실천했다. 한국 사찰 주변의 자연풍광을 소재로 특유의 선적(禪的)인 사진을 발표해 한국사진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스님은 사진 작업을 시작한 이래 <승가1>(1980), <승가 2>(1981), <열반>(1984), <자연>(1985), <蘚 이끼와 바위>(1987), <수미단>(1992), <대웅전>(1995), <꽃문>(1996), <생, 멸, 그리고 윤회>(1997), <한줄기 빛>(1998), <사찰 꽃살문>(2003), <님의 풍경>(2004) 등의 작품집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선보여왔다.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2002), <명묵의 건축>(2004), <사천왕>(2005) 등은 글과 사진을 함께 실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시안게임 경축사진전>(1986), <올림픽 문화행사 일환 한국일보 초청전시>(1988)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1982), 토론토(1991), 시카고(1994) 등 해외 전시, 서울 동산방 화랑(2002), 국립청주박물관(2002)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도 열었다. 부산미전 금상(1978), 동아미전 미술상(1979), 현대사진 문화상(1988)을 수상하는 등 관조 스님의 선(禪) 사진은 일대를 풍미했다.
사진으로 세상과 만나왔던 관조 스님의 아름다운 회향은 불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제 스님의 혜안은 만날 수 없지만 스님이 바라봤던 세상 속 부처님의 가르침은 한 장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불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준다.

죽음을 예감했던 것일까? 스님은 지난 4월 사진갤러리 와에서 전시회를 열며 조만간 사진활동을 접겠다고 말씀해왔다.
그 전시회에서 스님은 ‘내 한마디 하고자 하니/ 생각을 끊고 대상에 대한 집착을 잊어라/ 일 없이 우두커니 앉았으니/ 봄이 오니 풀이 절로 푸르구나’라고 게송을 남겼다. 그렇게 관조 스님은 다시 봄이 오기도 전에 푸르름만을 우리에게 남기고 떠났다.
강지연 기자 | jygang@buddhapia.com
2006-11-29 오전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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