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성수 스님): 가지고 있는 법은 어찌하고 따로이 법을 묻느냐? 법을 알기 전에 자기 부족을 살필 줄 아는 이가 참다운 수행인이거니와 자기 병을 진단하지 못하면 천불(千佛: 천 분의 부처님)이 출세해도 불법을 알기는 어렵다. 화두나 들고 좌복(坐服: 방석)에 앉아 세월만 보내면 뒤에 받을 몸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 불법은 저 건너 산을 보라. 봄이 오면 잎이 나고 가을 오면 낙엽지네. 이 밖에 따로 구하지 말라. 구한 즉 고(苦)가 되나니라.
문: 조사(달마)가 서역(西域: 인도)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
답: 그 뜻을 알고자 하거든 나무나 돌이 말할 때를 기다려라. 진실로 알고자 하는 놈이면 보고 들을 줄 알 것이며, 허튼 생각으로 묻는다면 부처의 뱃속으로 들어가도 알기 어렵고, 불조(佛祖)가 진대지(盡大地: 대지가 다하도록)에 가득해도 모를 것이니, 죽이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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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부처에게 속았다고 욕을 바가지로 해야 화두가 제대로 된다”며 “천하제일의 선지식도 잡아먹을 수 있는 사자 새끼가 돼야 조금이라도 맛을 볼 수 있지, 착한 것만 갖고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우리 시대의 큰스님 성수 대선사. ‘한국적 선문답’의 전형으로 칭송받는 성수 스님의 선법문집 <저 건너 산을 보라>가 출간됐다.
현대불교신문 기자 출신이며 현재 참선과 저술에 몰두하고 있는 김성우(본명 김재경) 씨가, 1978년, 발간된 성수 스님의 <불문보감> 선문답집에 해설을 붙인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선문답, 2부 선법문, 3부 언론과의 1문1답, 우리시대의 진정한 대인 성수 대선사 구도기로 짜여져 있다.
성수 스님의 법문은 일반인들이 선에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금기시해온 난해한 선문답의 해설을 통해 선문답이 수행과 동떨어진 동문서답(東問西答)이 아니라, 오히려 수행의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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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책에는 선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살아가는 지혜도 듬뿍 담겨있다.
스님은 이 책에서 “부처님 마음을 가지고 살면 정말 나 좋고 남도 좋고 다 좋다”며 “있는 복이라도 잘 관리하고 잘 보호해서 잘 가지고 써보십시오. 정말 사는 재미가 ‘오도독 오도독’ 난다”고 당부한다.
김성우씨는 “이 책의 선문답에 대한 해설은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선 수행이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모델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며 “물론 공안에 대한 파설을 통해 간화선 수행에 신심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유의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선의 요체는 간화선보다는 정통 조사선(祖師禪: 송대 간화선이 형성되기 이전 조사들의 활달한 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단박 깨닫는 기연을 이끌어주는 것이 조사선의 전통을 이은 성수 스님의 한국형 선문답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