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를 재정지원사찰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봉은사에서 집단기도 및 단식에 들어갔던 중앙승가대 비상대책위(공동위원장 각명·법공, 이하 비대위)가 11월 15일 중단을 결정했다. 집단기도를 시작한지 9일, 단식을 시작한지 6일만이다.
△왜 집단행동에 나섰나?
비대위가 집단행동을 벌인 직접적 배경은 연간 18억 8000여만원의 종단 지원금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는 중앙승가대 전체 예산의 60%에 육박하는 액수다. 하지만 이 예산은 ‘문화재관람료 특별 분담금’에서 지출되는 것이다. 문화재관람료 폐지가 기정사실화되는 과정에서 안정적 재정지원 방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설립이념에서처럼 ‘중앙승가대학교는 조계종이 설립한 현대적 승려교육기관’이지만 선사상과 불교의식을 전공한 교수가 없다. 최근 사미(니)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지도할 수행전담 교수도 없다. 대학원생 연구와 숙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용 공간도 필요하며, 4개 부설 연구소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현재 중앙승가대의 전체학인은 293명이며 1년 예산은 약 32억6천만원이다. 종단의 지원금과 중앙승가대 전체예산은 최근 3년간 거의 변함이 없어 발전도 답보상태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지 교체시기에 봉은사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1월 6일 비대위측은 “차기 주지 임명은 총무원장스님의 권한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7일 총무원 집행부와 만난 자리에서 “차기 주지 임명 보류”를 요구했고, 8일 새 주지에 명진 스님이 임명되자 “임명 철회”를 주장했다. 봉은사가 정치적 거간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지만, 사실상 주지 임면권에까지 영향력을 행세하려 한 셈이 됐다.
△해결 방안은?
비대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총무원으로부터 중앙승가대이전특별회계 중 남은 8억원을 지원받기로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에도 특별회계 14억원을 이월해 지원받기로 했으며, 특별회계가 종료되는 내년 이후에도 중앙승가대 운영비로 전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중앙종회에 상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은사 새 주지 명진 스님도 ‘최대한의 협조’를 약속해 연간 6억원 정도 소요되는 학인들에 대한 무상교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승가대에 얽혀있는 근원적인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여전히 ‘불씨’를 안고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는 “중앙승가대 문제는 승가교육 전반의 문제”라며 “승가교육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할 때가 왔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중앙승가대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즉 종단 기본교육기관을 중앙승가대 중심으로 일원화하거나, 중앙승가대를 대학원 중심의 전문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 등 중앙승가대만의 특성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종단의 한 관계자는 “대중의 힘을 동원해 문제를 푸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