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조경수를 이렇게 잘 관리 해주시니 아파트 경비를 맡고 있는 제가 할 일이 없을 지경입니다”
“동대장님요? 홍제동대에서 근무하는 우리들 사이에서는 ‘깍쇠 중대장님’으로 통하죠. 친아버지 이상으로 따뜻하게 대해 주시니 군생활도 신바람 납니다.”
20년 간의 현역 군생활을 마치고 2004년 7월부터 홍제2동 예비군 동대장 직책을 맡고 있는 김유영 동대장(예비역 소령, 46세). ‘아빠 동대장님’ ‘깍쇠(이발사) 중대장님’ ‘맥가이버 동대장’ 등 다양한 애칭으로 홍제2동 상근예비역 장병들에게 이발 봉사함은 물론 인근 아파트 단지 내 조경관리와 환경미화 그리고 고장난 전자제품 등을 수리해 주는 홍제동의 숨은 ‘참 일꾼’이다.
홍제동 주민과 동사무소 직원들 사이에서 ‘맥가이버 동대장’으로 통하는 김동대장은 예비군 동대 군수물자 보관창고 및 동사무소 건물 수리는 물론 동사무소 창고에 방치된 녹슨 낫과 톱을 손질해 관내 나무가꾸기 등을 하며 환경미화 활동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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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예비군 병력을 관리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임무라면 주민들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생활환경 속에서 지낼 수 있도록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은 저의 제2의 임무죠.”
2년 전 홍제2동 예비군 동대장으로 부임 후 동사무소 외벽 페인트 칠, 홍제동 일대 나무가꾸기, 전자제품 수리 등의 자원봉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주위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동대장 일이나 잘 할 것이지 주제넘게 환경미화가 웬 일이냐”며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함께 근무하는 상근예비역들도 “동대장님,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나요? 이쯤해서 그만하시죠”라며 원성의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동사무소 직원들과 상근예비역 장병들이 김 동대장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도 마다하고 “동대장님, 동사무소 인근 아파트 단지 내 나무와 수풀이 무성하던데 이번 주 일요일에 예취기로 깔끔하게 다듬죠”라며 앞다퉈 봉사를 자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동대장의 참 일꾼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홍제2동 예비군 동대에서 근무하는 상근 예비역 장병들의 머리를 손수 깎아 주며 그들의 고충을 상담해 주고 있다. 사실 김 동대장의 장병 이발 봉사활동은 20년 전 전방부대 소대장 소임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사병들의 머리를 깎아주기 위해 전문학원까지 다니면서 이용기술을 배운 김 동대장의 이발 솜씨는 전문가를 능가할 정도. 첩첩산중 전방부대에서 시간을 쪼개 시내 이용학원을 다니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소대장님, 점점 솜씨가 좋아지는데요? 깔끔하게 이발 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충성!”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부대원들의 말 한마디에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동생같고 아들같은 병사들의 머리를 손수 깎아 주면서 이런저런 얘길 하다보면 어느새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부대끼며 살다 보면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죠. 때문에 이발하는 시간은 단순히 머리만 깎는 게 아니라 장병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며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울어 줄 수 있는 ‘고민상담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김 동대장의 부대원 사랑은 비단 이발 봉사로 그치지 않는다. 영내에서 병영생활을 하는 병사들과는 달리 집에서 예비군 동대로 출·퇴근을 하는 병사들이 혹시나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싶어 매일 밤 10시면 문자와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묻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부하 병사들의 집을 찾아가 쌀이며 과일 등을 건네며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주며 그야말로 ‘아빠 동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런 김 동대장의 선행이 입소문을 타면서 각종 언론에 소개됨은 물론 직속 부대장 표창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았다.
“할 일 한 것뿐인데 부끄럽습니다. 저와 함께 예비군 동대에서 군생활하고 있는 상근예비역 장병들이 몸 건강히 제대할 수 있고 훌륭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죠.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홍제2동 주민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 속에 살 수 있도록 환경미화 활동도 열심히 하는 거구요. 허허허.”
앞으로 10년 남짓 남은 군생활을 인연 있는 병사들과 함께 사람냄새 나게 살 부비며 ‘사랑의 바리캉’을 계속 들겠다는 김 동대장. 그의 오른손에 들리어진 은빛 바리깡은 오늘도 병사들의 고충과 애환을 ‘싹둑싹둑’ 자르고, 왼손의 빗은 사랑과 용기를 다듬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