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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강우방 원장은 최근 불교미술에 나타난 추상ㆍ구상적 무늬와 문양들의 표현원리와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담은 논문 ‘영기문의 성립과 전개’를 발표했다.
강 원장은 논문에서 “불교미술에 나타나는 무늬와 문양은 비로자나, 우주에 충만한 기(氣) 또는 도(道), 생명, 성령 등을 상징하고 있다”며 “이러한 영기(靈氣) 문양은 다시 운기문양(구름모양의 무늬), 불꽃문양, 팔메트 문양(덩굴무늬)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영기문양의 핵심은 영기를 발산하고 또 다른 문양을 탄생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영기의 싹에 있다. 영기의 싹은 영기문양을 구성하는 최소단위로 ‘운기화생(雲氣化生)’ 또는 ‘생명의 싹’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즉 영기의 싹이 가지를 쳐 다양한 문양으로 결합해 무한히 뻗쳐나가는 여러 가지 영기문양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백제 금동광배의 영기문양, 백제 금동대향로의 용의 꼬리에 나타난 팔메트 문양, 고려청자의 연꽃무늬에 나타난 영기의 싹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 원장은 또 “무늬ㆍ문양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다른 회화적 요소들은 당대의 특수한 상황의 산물이지만 무늬들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형미술에 지속돼 온 통시적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무늬와 문양에 대한 해독과 재인식은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시대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 동아시아 조형미술의 도상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논문에서는 무늬의 전승과정에 대해 “인도의 광배무늬은 중국과 한국에 와서 불꽃문양 영기문, 태극문양 영기문 등 여러 가지 추상적인 무늬로 바뀌었고 고구려 고분벽화의 영기무늬는 일본의 유매도노(夢殿)의 무늬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