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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도난당했던 현등사 3층석탑 진신사리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현등사 3층석탑 진신사리 이운법회가 봉행된 11월 7일 서울 조계사. 아침 일찍부터 법복을 곱게 차려입은 불자들이 경내에 모여들었다. 부처님 진신사리는 한량없는 육바라밀 수행공덕으로 생기는 영적인 정신의 영골(靈骨)이기에 진신사리를 뵙는 일은 부천님을 친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40분, 드디어 삼성리움박물관으로부터 이운돼온 진신사리가 조계사 일주문 앞에 도착했다. 미리 준비된‘연(輦, 부처님 진신사리를 이운하는 가마)에 정중히 봉안되자 이를 지켜보는 신도들은 합장 반배로 대환영을 표했다.
조계종 어산어장 원명, 조계종 어산학교 학장 인묵 스님의 집전으로 조계사 일주문 앞에 차려진 상단에서 전통방식의 염불로 이운을 알리고 곧바로 조계사 경내로의 이운의식이 진행됐다.
#“용단 내려준 삼성문화재단에 감사”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의 삼신번 및 동서남북 방향을 알리는 오방번과 과거 7불의 7여래불번을 선두로 대한불교조계종 종명기, 조계사 사명기, 용기, 순기 등의 기가 행렬의 뒤를 이었다.
법라, 나발, 북, 재금을 연주하는 취타대와 부처님의 진신사리 행렬을 알리는 의장 양산인 일산, 연에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교육원장 청화, 총무부장 현문, 봉선사 회주 밀운, 주지 철안, 조계사 주지 원담, 현등사 주지 초격 스님을 비롯한 총무원 실 국장 스님과 조계종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 등 사부대중이 뒤를 따랐다. 그 장면은 마치 부처님이 제자들을 이끌고 행진을 하는 듯 경건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설치된 특별 상단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이운되자 사리 공양의식과 조계사 주지 원담 스님의 축원에 이어 곧바로 이운 법회가 봉행됐다.
이번 이운법회는 지난 9월 25일 조계종과 삼성문화재단의 합의에 의해 봉행된 것으로 이날 삼성문화재단 한용외 대표이사는 현등사 주지 초격 스님에게 인계서를 전달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천만 불자의 염원대로 제자리를 찾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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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외 대표이사는 “불교계와 뜻을 함께 하며 신앙의 대상인 사리를 제자리로 안치하는 이운법회를 봉행하게 돼 기쁘다”며 “그동안은 현등사 진신사리가 삼성문화재단과 연(緣)이 닿아 있었지만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 많은 불자들이 친견했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법어를 통해 용단을 내려준 삼성문화재단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부처님의 사리는 경전 그대로가 부처님을 대신하는 의미의 법신사리이며 화장 후 육신에서 생긴 생신사리, 생신사리에서 분화된 분신사리가 있다”고 설명한 지관 스님은 “30십년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현등사 3층석탑 부처님 진신사리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듯 우리도 자신의 진심세계에 망상을 일으켜 육도를 윤회하지 말고 수행을 통해 원래의 신심자리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15일부터 현등사서 친견법회 후 탑에 봉안
이운 법회에 이어 일반 신도의 진신사리 친견이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일찍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친견하기 위해 행사에 참석한 신도들은 100여미터 넘게 줄을 서며 경건한 마음으로 차례차례 친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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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가운데 제일 먼저 친견을 한 조계사 신도회장 이대각심 보살은 “영롱하고 맑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하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며 “그동안 어딜 그렇게 다녀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대중들에게 나투셔서 희망을 심어주니 한량없이 기쁘기만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89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진신사리를 친견하기 위해 아침일찍부터 조계사를 찾은 고무량수 보살은 “평생 한번 볼까말까 하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지금이라도 친견하니 더 이상 소원이 없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견해 무량공덕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보제자리 찾기 운동’ 종단차원서 지속
현등사 3층석탑 진신사리는 11월 15일부터 12월 22일까지 현등사에서 친견법회를 갖고 다시 3층석탑에 봉안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탁연 스님은 “사리를 모시기 위해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렇게 이운법회를 가지니 부처님 제자로서 할 도리를 다한 듯하다”며 “향후 도난 등으로 소실된 문화재를 찾아내어 제자리에 다시 봉안하는 성보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을 종단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쭞‘현등사 사리’ 반환 되기까지
현등사 3층석탑 진신사리는 언제 도굴된 것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2004년 봉선사가 현등사 성보문화재 일제조사를 하던 중 현재 삼성문화재단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2005년 8월 현등사가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민사조정 신청을 했으며 공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서모씨가 봉선사로 자백 편지를 발송해 용서를 빌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2006년 3월 문화재청이 “사리는 문화재가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같은해 7월 사법부가 삼성문화재단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제자리 찾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9월 25일 삼성문화재단이 조계종과 협의를 거쳐 현등사에 진신사리를 봉안키로 해 불교계로 돌아오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