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학 연구는 물론 수행과 실천을 바탕으로 한 통불교적인 불교학 연구에 더욱 매진해 이에 대한 이론체계를 정리하며 남은 시간을 회향하겠습니다.”
한국의 밀교학 연구의 선구자 동국대 서윤길 교수는 11월 13일 서울 장충동 엠버서더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퇴임강연을 열었다.
퇴임강연에서 서 교수는 후배 불교학자들에게 “불교에서 말하는 참교육은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고 보살행을 통한 자비의 실천을 몸소 보여 주는 것”이라며 “지식과 인격이 조화를 이룬 참 불자교수가 되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 교수는 또 “모교인 동국대에서 제자들과 함께 불교학 연구에 매진하고 싶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어 더 없이 아쉽고 그 동안 부진한 실력으로 학생들과 수업에 임했던 것이 부끄럽다”고 회고했다.
덧붙여 서 교수는 “퇴임 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참선과 기도 정신에 매진하고 싶다”며 “체험과 실천을 통한 ‘통불교적인 수행법’ 연구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최근 퇴임을 앞두고 중관, 유식, 보살사상 등 대승불교의 사상적 전통에 입각한 밀교학 연구의 결정판 <한국밀교사상사>와 선, 천태, 미륵, 정토 등 다양한 한국불교사상을 개괄한 <한국불교사상>을 펴냈다.
밀교학 분야에 있어 서 교수의 연구는 삼국시대에서 조서시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대를 관통하고 있으며 <삼국유사>연구를 통해 밀교학의 영역을 심화시키는 한편 한국 밀교가 화엄, 천태, 정토 등과 융합하는 모습을 규명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한국밀교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반도의 문화와 지역적 특성에 적응ㆍ융화되어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밝힌 것으로 주목할 만한 업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서 교수의 연구는 신라의 사리탑 신앙을 비롯해 도선의 비보사상, 고려와 조선의 제석신앙, 인왕신앙, 구요신앙, 능엄도량 등의 연구는 불교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형성에 밀교가 끼친 영향과 위상이 얼마나 폭넓고 깊은 것인가를 잘 보여줬다.
한편 서 교수는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ㆍ박사를 취득했으며 동국대 불교대학원 교수 및 대학원장, 불교대학장, 중앙도서관장, 불교문화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고려밀교사상사연구> <한국밀교사상사연구> <밀교사상사개론> <고려의 건국과 밀교적 이념> <신라 의림 선사의 밀교사상> <밀교학적 위상과 그 특성> <도선비보사상의 심원> <불교학 개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