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死)’은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실존적인 문제다. 부처님의 출가 동기와 동서고금을 막론한 철학사상 또한 죽음을 초월한 영원한 자유의 길을 찾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깨달음을 통해 한계상황(생로병사)의 극복을 추구하는 불교에서는 실존적 괴로움의 근원인 죽음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을까.
불교학연구회(회장 이중표)는 11월 10일 중앙승가대에서 ‘한국의 죽음문화와 불교’를 주제로 2006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김재성 교수는 논문 ‘초기불교에서 죽음의 명상’을 통해 초기불교의 죽음을 주제로 한 수행법 △부정관(不淨觀) △사념법(死念法) △죽음에 대한 상(想) 등에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우선 죽음에 대한 실존적 인식과 감각적 욕망을 끊는 방편으로 <대념처경>에 소개된 부정관에 대해 설명했다.
부정관은 사자(死者)의 시신이 부패해 백골로 변해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 후 육신의 허망함을 깨달아 감각적 욕망을 끊는 수행법이다.
<대념처경>에서는 부정관에 대해 “비구들이여,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썩어 가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바로 자신의 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나의 이 육신도 이러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와 같이 될 것이며, 이렇게 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라고. 그러니 마땅히 비구들은 생사에 대한 마음챙김의 한 방법으로 부정관을 닦을지니라”고 말하고 있다.
죽음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수행법인 사념법(죽음에 대한 마음챙김)에 대해 김 교수는 <앙구따라 니까야>를 인용해 ‘인간의 목숨은 하루가 뿐만 아니라 한 끼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보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 음식을 먹고 호흡을 하는 순간에도 죽음에 대해 잊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마음을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사념을 닦으면 모든 번뇌가 소멸하고 죽음이 없는 불사(不死)의 경지에 도달하고 이를 자각하면서 수행에 임하면 죽음도 초월하게 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또 “죽음에 대한 명상은 죽음을 올바로 인식하고 그 죽음으로 초래되는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 삶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게 된다”며 “ 때문에 죽음에 대한 명상은 삶을 완성하는 명상이며 죽음을 극복하는 명상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발표한 동국대 겸임교수 정각 스님도 논문 ‘대승불교에 있어 출생과 죽음의 과정에 대한 기술’에서 윤회전생과 사유설(四有說)을 근거로 폭넓은 생명관을 전개했다.
정각 스님은 “불교는 죽음을 이해하고 깨닫기 이전에 자아(Atman)의 존재규명을 통한 업(業)과 윤회로부터의 해탈을 전제로 하는 종교다”며 “이는 불교사상사를 이끌어 온 핵심으로 선과 명상, 즉 실천적 수행을 통해서 꾸준히 탐구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부처님이 설한 사유설의 요지는 각자의 업력(業力)과 아뢰야식을 통해 현재의 존재와 죽음을 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유는 생유와 본유, 사유, 중유를 뜻하고 모태에 의탁해 태어나는 찰나, 이로부터 죽음에 이르는 기간, 죽는 찰나, 죽어서 다시 태어날 때까지의 기간을 각각 이르는 말이다. 다시 말해 생과 죽음은 불연속과 단절의 의미가 아닌 무한의 연장선상에서의 찰나적 현상으로 인식해야하며 매순간마다의 마음챙김(사띠)으로 이를 부단히 단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