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선지 요즘은 그야말로 웃음의 전성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텔레비전의 개그 프로그램을 즐긴다. 웃기는 이야기들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단골메뉴다.
옛 사람들은 어땠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코미디나 개그를 즐겼을까?
이 책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는 우리 한국인의 웃음의 뿌리, 특히 유머의 근간은 무엇인지를 일러준다.
그렇다면 옛날 민담등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우스개의 주인공들은 누구였을까. 바로 절집안의 ‘스승인 노스님과 상좌인 동자승’이다. 동자승은 긍정적인 뜻의 속임수를 사용하여 권세가를 놀려 먹는 인물이고, 노스님은 그 속임수의 희생자가 되는 인물로 등장한다.
<용화총화> 5권에 나오는 이야기다.
‘상좌인 동자승이 스승에게 말하기를 ’까치가 은수저를 물고 가시나무위에 올라가 앉아 있습니다“하니 스승이 이 말을 믿고 가시나무에 오른다. 그러자 동자승이 ”우리 스승이 까치새끼를 잡아먹으려고 한다“고 소리친다. 스승이 이 소리를 듣고 어쩔 줄 몰라 나무에서 급히 내려오다 가시에 찔려 온몸에 상처가 난다. 스승은 동자승의 종아리를 때린다. 밤이 되자 동자승은 스승의 문앞에 솥단지를 매달고 “불이야”라고 소리친다. 스승이 놀라서 일어나 뒤어 나오다 솥에 부딪쳐 혼절한다. 한참뒤 일어나 보니 불은 없다. 스승이 노하여 꾸짖으니 동자승은 “먼 산에 불이 났기에 알린 것 뿐입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말을 듣고 “이제 부터는 가까운 데 불만 알리고 먼데서 난 불은 알리지 말아라”라고 했다.’
스님은 왜 이렇게 놀림감이 되었을까? 바로 음식과 색에 집착하기 힘든 특수한 신문의 상황을 교묘히 이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은 고상한 척한 무능한 선비와 양반들, 이름없는 사위, 원님, 과부, 바보, 기생들이다.
옛날 우스개의 구성은?
주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강력한 펀치라인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대사가 아니라 그들 사이에 오가는 시에서도 펀치라인이 있다. 시를 읽고 웃는다는 것은 지금에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하지만 옛날 우스개에서는 한시가 펀치라인 역할을 톡톡히 한다.
<태평한화골계전>의 215화에 있는 이야기다.
‘한씨 성을 가진 상사(성균관 학생)의 이가 다빠졌다. 절에가서 노스님을 보았더니 스님은 머리에 종기가 난채 가부좌를 하고 졸고 있다. 상사는 다음과 같이 시를 한 수 읊는다. ‘스님 머리 뒤에 가죽 방망이가 나왔구나’ 그러자 스님이 갑자기 눈을 뜨고는 대구를 맞추어 답한다. ‘속인이 앞이 비었으니 박처용(처용의 탈바가지) 이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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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잘 모르고 있던 조선시대 우스개들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해설하고 있는 이 책을 지은 류정월(서강대 강사)씨는 “옛 우스개들, 그리고 해설과 논평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가을, 독서하는 이들의 가슴은 풍요로워질 것”이라며 “우스개를 읽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려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현실의 중압감을 떨쳐버리고 세상이 살만한 곳으로 여겨지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류정월 지음
샘터|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