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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오후 2시. 대구 대광맹인불자회(회장 이재달) 법당에는 맹인불자 20여명이 상기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불교기초교리강좌가 시작되는 첫 날. 법사는 1기 때 가장 인기 있었던 김경도(남구자활후견기관장)포교사다.
맹인불자들은 배움의 기회를 좀처럼 가질 수 없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법당 맨 앞에는 김복경, 이복열, 서손태 불자 등 70대 어르신들이 앉았고, 뒤에는 정기팔(46), 송채은(44), 김순자(44), 이창영(29) 등 젊은 불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예불을 올린 후 김경도 법사가 “불자라면 예불문은 당연히 외워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예불문 테이프를 나눠줄테니 불교기초교리가 끝날 때까지 예불문을 다 외우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순간 법당이 술렁인다.
“못 외우면 우짤꼬? 난 못 외우는데요.”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이남이(71) 불자가 못한다고 발뺌이다.
“못하면 퇴학이제” 뒤에서 도덕임(66)불자가 나무라듯 되받아치고, 여기저기서 ‘한다’ ‘못한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대광맹인불자회의 두 번째 불교기초교리강좌는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속에서 시작됐다. 배움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가는 길도 아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배우는 기쁨도 한 켠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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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도 법사는 이날 불자들이 절에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예절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앞을 볼 수 없는 맹인불자들에겐 제대로 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린 깜깜(맹인)이라, 100점 짜리 절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모기 눈곱만큼이라도 보이는 사람이 똑바로 절을 할 수 있는 것이제” 이금술(73) 불자가 어떻게 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겠느냐며 토를 달았다. 설상가상으로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이남이(71)불자는 “다리가 아파서 못 한다”며 낙담했다.
그러나 이미 1기 교리강좌를 경험해 본 김경도 법사는 침착하다. 그리곤 차근차근 절하는 법을 설명했다. 김경도 법사의 설명에 따라 합장을 하고 선 맹인불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아한 한 떨기 연꽃같이 마음을 모아 합장을 하고, 무릎을 꿇고, 엎드리고 이마를 땅에 댄 후 손을 귀밑까지 올리며 절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절할 때 하는 고두배까지 배웠다.
맹인불자들이 김법사의 지시 따라 절을 배우는 동안 불자후원회에서 봉사 나온 도우미 불자들이 일일이 맹인불자들의 자세를 교정했다. 맹인불자들의 3분의 2가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보니 절을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제대로 절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청각 2급 장애까지 이중 장애를 겪고 있는 심갑순(62) 불자는 오늘 이 자리가 너무 반갑기만 하다. 비록 보지도 못하고 잘 듣지도 못해 남들 앉을 때 서 있고, 남들 설 때 우두커니 앉아 있기도 하지만 “모르니 가르쳐 달라”고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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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맹인불자회는 지난 3월 창립 15년 만에 처음으로 불교기초교리강좌를 개설한 뒤 지난 10월 30일 2기 불교기초교리강좌를 다시 개설해 맹인불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김경도 법사를 비롯해 김진구(일고, 경산자활후견기관장), 최문성(탄중, 대구경북포교사단장), 김숙란 포교사의 열정이 밑거름이다. 게다가 불자후원회가 매주 맹인불자들을 위한 점심공양후원에 나서 더욱 따뜻한 시간이 되고 있다. 맹인불자회는 앞으로 4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 오후 2시에 매주90분씩 불자로서 가져야할 기본예절과 부처님 일대기를 비롯한 다양한 설화와 오계 팔정도 육바라밀 등을 중심으로 교리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