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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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대접 잘 받고 갑니다"
[지역불교현장]화순 무료급식소‘연꽃세상’
11월을 시작하는 첫째날, 오늘의 주메뉴는 굴비 무우조림. 전날 구입한 굴비 50여 마리가 무 위에 가지런히 놓이고, 대형 전기밥솥에서 김이 나기 시작하자 갑자기 조리실이 부산해진다.
전남 화순 광덕리 신시가지에 자리한 무료급식소 ‘연꽃세상’은 낮 12시가 되기도 전에 상차림이 끝난다.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자하는 노인들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화순 무료급식소 연꽃세상

화순 연꽃세상은 겉으로 보면 여느 무료급식소와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농촌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는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자원봉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운영일체가 지자체나 사회단체의 후원없이 지역 불자들의 힘으로 이뤄지기에 화순 연꽃세상은 더 진한 향내가 난다.
“농촌의 노령화는 심각합니다. 노인들은 없어서 굶고, 먹을 힘이 없어 굶고, 며느리 눈치 보다가 굶어, 끼니를 잇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연꽃세상 지도법사 영재 스님(쌍봉사 주지)은 “고통받고 소외받는 이웃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지역불자들이 힘을 모았다”고 밝혔다.
화순 연꽃세상은 지난해 1월 화순사암연합회의 발의로 시작됐다. 개천사, 만연사, 쌍봉사, 양복사 등 지역 사암에서 공양물을 십시일반하고 신도들이 자원봉사를 맡았다. 자연스럽게 봉사자들이 모여 연꽃봉사단을 창립했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연꽃세상은 처음부터 순수하게 불자들의 힘으로 보살행을 실천하는 도량이 되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60-70여명의 독거노인과 불우이웃이 찾았다. 그러나 운영이 쉽지 않았다. 시골사찰에서 주 1회씩 무료급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년 들어 연꽃세상의 무료급식 소문을 듣고 화순군에서 지원을 약속했다. 6개월가량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아 숨통이 트이는 듯 했으나 도리어 운영방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지도법사 영재 스님이 “진정한 자비실천 도량이 되도록 하기 위해 군의 후원을 끊고 자체 운영”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9월부터 쌍봉사가 운영경비를 조달하고 연꽃봉사단이 봉사를 맡으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그래도 여기 와서 점심을 공양하는 이들은 복 있는 분들입니다. 몸이 아파 못오는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죠.”
연꽃세상 개설과 함께 하루도 빠짐없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청년화 보살(76)은 “그나마 요즘은 그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도시락반찬을 배달하게 되어 다행이다”며 환하게 미소짓는다.
연꽃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유정실 단장도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자기신행을 점검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는 어떤 어려움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부처님 법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낮 12시 무렵, 연꽃세상은 벌써 설거지 모드로 돌입했다. 늦게와서 공양을 마친 할머니 한분이 낮선 방문객에게 합장하며 말을 건넨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밥상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를 겁니다. 모두들 편하게 대해줘서 오늘도 부처님 대접 잘 받고 갑니다.”
무료급식소 연꽃세상 후원 (농협 623119-51-020613 연꽃세상)






이준엽 기자 | maha@buddhapia.com
2006-11-07 오전 10:42:00
 
한마디
이기자님 고생허시네
(2006-11-09 오후 1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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