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간 불교계 노인·아동·장애인 지역사회복지시설은 늘어난 반면 여성·청소년·노숙인 관련 시설은 현상유지에 급급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등, 불교계 복지시설의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불교사회복지연구소가 11월 1일 발표한 ‘불교사회복지기관 실태조사’ 분석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지난 2월부터 우편발송과 전화조사를 병행해 전국의 불교계 사회복지시설 현황을 파악한 결과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은 총 477개로 파악됐다.
1995년에 비해 382개소, 1999년에 비해 165개소가 증가한 수치다. 이중 아동 복지시설은 1995년 21개(22.1%)에서 2006년 142개(40.4%)로, 노인관련 시설은 11개(11.6%)에서 106개(27.0%)로 늘어나는 등 두드러진 증가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여성·의료·상담관련 복지시설은 10여년 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청소년 시설은 1995년 15개소에서 2006년 31개소로 시설수는 늘어났지만, 전체 사회복지시설 수 대비로 따지면 1995년 15%에서 2006년 6.5%로 줄어들었다.
노숙인 시설은 1995년 3.2%를 차지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겨우 1.7%의 시설만 남는 등 청소년ㆍ노숙인 관련 시설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여성복지 ‘바닥’ 수준
특히 1995년 경우 전무했던 여성복지시설은 전체 시설 총수 대비 1999년 0.3%, 2006년 0.6%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이 10여년간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적인 발전으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설별 사업분야를 따져보아도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총 477개 시설 중 전수조사에 응한 389개 시설의 사업분야에 대한 조사결과, 아동복지분야가 169개(31.5%)로 가장 높았고, 이어 노인복지 129개(24.1%), 장애인복지 55개(10.2%)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의료복지분야를 실시하는 곳은 14개(2.6%), 여성복지분야는 11개(2.1%)에 불과했다.
양극화의 양 끝에 위치한 노인복지분야와 청소년ㆍ여성분야 시설 사업유형을 따져보면,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요양시설(20.3%), 주간보호시설(18.7%), 무료급식소(15.9%), 노인복지관(12.1%) 등이 고르게 운영되는 반면 청소년복지시설은 공부방과 독서실이 대부분(60.4%)을 차지했고 결손가정 청소년보호시설은 단 한 곳 뿐이었다. 여성복지분야 역시 상담소가 전체 중 가장 많은 30.8%를 차지했고 가정폭력피해여성쉼터 1곳, 모자원이 1곳을 차지해 명백히 ‘편향’된 운영양상을 보였다.
불교계 복지시설 뿐 아니라 법인에서도 이러한 ‘편향’과 ‘양극화’는 발견된다. 총 107개로 파악된 불교사회복지관련 법인ㆍ단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노인복지가 22.0% 아동복지 14.8% 장애인복지 13.2% 순으로 목적사업이 나타났다. 역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여성복지(3.9%)였다.
소외계층 ‘소외’ 여전
불교계가 여성복지시설과 같은 소단위 시설운영을 외면하게 된 이유는 정부시책에 부합되는 복지분야에만 투자와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저출산ㆍ고령화대책’과 맞물리면서 불교노인복지분야는 급물살을 탔지만 여성이주노동자, 여성장애인 등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경도대학 사회복지학과 전보경 교수는 “2004년 교구 본말사 주지스님을 대상으로 ‘불교사회복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러한 분야는 향후 관심대상에서조차 배제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우려하며 “소외계층과 사회빈곤층, 여성에 대한 복지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계 사회복지시설 중 전체의 65.6%에 이르는 255개소의 시설이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시설이고, 불교계 직영시설은 134개소(3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위탁시설 비중은 종단별로 천태종이 100%, 진각종 80% 조계종 65.9% 태고종 60.0%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적 팽창보다 인프라 구축을
개신교계 직영시설 비율이 79.7%(200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조사 기준)에 이르는 등, 타종교계가 직영시설 비율을 늘리기 위해 힘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70년대부터 꾸준히 복지를 통한 선교를 펼쳐온 타종교의 경우 직영시설을 조금씩 늘리는 등 사회복지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반면 복지분야에 뒤늦게 뛰어든 불교계는 정부의 복지시설을 위탁하면서 인프라구축보다 양적인 성장을 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 성장 뿐 아니라 불교복지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불교사회복지연구소 임해영 선임연구원은 “정부위탁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불교계 복지시설에서 불교적 종교성을 직접적으로 구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향후 불교계도 정부위탁의 비중을 낮추고, 복지시설 다각화와 영역확장을 통해 균형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