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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문화유산연구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서울대 조은수 교수는 논문 ‘인도와 한국불교, 그 연속과 불연속’을 통해 원측과 원효의 저술과 사상이 불설(佛說, buddha-vacana: 인도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님의 보편적 진리)에 나타난 논의들을 어떤 식으로 계승·변화·발전시키고 있고 또 어떻게 재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조 교수는 인도와 한국불교 간의 이념·문화적 교류에 있어서 원효와 원측의 저술과 사상에 초점을 맞춰 인도와 한국불교 간의 연속과 불연속성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은 중국의 선종이 성립하는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으며 인도불교의 인식론적 태도와 존재론적 전제에 대한 이해와 재해석이 녹아져 있다”고 주장했다.
즉 원효를 인도와 중국의 수많은 불교 이론가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불교 해석과 이론체계를 제시하는 끊임없는 변화와 재해석에 참여한 고대 동아시아 불교형성의 선구자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
조 교수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원효의 저술들은 대승불교의 주요 경전뿐만 아니라 중국 삼론종의 사상가인 승조나 길장의 저서를 인용한 것으로 유추했을 때 원효는 단순히 국내에 국한된 학승이라기보다는 당시 당나라를 비롯한 범아시아 불교문화권의 선각자로서 불교 이론의 스펙트럼을 모두 섭렵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효는 당시 그가 가지고 있던 불교학적 또는 인문학적 지식의 지평을 넘어서 그 시대의 불교학적 지식 시스템과 전통을 해석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자임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또 원측의 저술 <반야심경찬> <해심밀경소> <인왕경소>등에 나타난 불교사상을 통해 인도와 한국불교 간의 연속에 주목했다.
조 교수는 “<유마경>에서는 부처님의 행위는 소리로 표현되고 있으며 <성유식론>에서는 법에 대한 가려짐 없는 지식 즉 명(名), 구(句), 문(文)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십이지>에서는 불설은 성(聲)과 명(名)에 의존한다”며 “원측의 <반야심경찬>이라는 주석서도 인도의 여러 불교학파들의 불설에 대한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원측의 <해심밀경>과 <인왕경소>는 종(宗:부처님이 가르친 내용)과 체(體:교체를 드러내는 수단과 표현)를 소개하고 그 개념들을 붓다바차나의 논의에 결합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원측의 저술은 ‘인도 아비달마 문헌에 나타나는 부다바차나의 이론에서부터 유식학파의 궁극적 가르침에 대한 이론에 이르기까지의 복잡한 전이 과정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곧 여래장과 화엄사상에 기반하는 체와 용, 이와 사 등의 본체와 현상간의 이분화와 동일화를 넘나드는 이론”이라고 말했다.
논평에 나선 인도 델리대 바트 교수는 “ 조 교수의 논문은 7세기 무렵 한국의 고승들의 저서와 사상을 통해 인도와 한국불교 간의 사상·문화 교류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원효의 <금강삼매론>을 인도의 인식론과 결부시킨 점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인도의 문화·사상교류’를 주제로 10월 31일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동국대 황순일 교수의 ‘붓다의 10가지 호칭의 기원과 전개’ 서울대 이주형 교수의 ‘보드가야에서 쿠쿠테슈바라로:석굴암과 인도의 유례’ 인도 델리대 라나 교수의 ‘선불교의 사상과 예술’ 인도 뭄바이대 소마미야불교학센터 샹카르나리얀 연구원의 ‘인도와 한국 승려들의 문화교류’ 등 8편의 논문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