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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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고민이라면 늪에 빠져보자
'글쓰기와 상상력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늪' 나와
가만히 있어도 글을 쓰고 싶은 가을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처음 무한한 정열에 불타 펜을 들지만 금방 놓아버린다.
펜을 들면 이상하게도 글쓰고 싶은 욕망이 금새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왜 그럴가?
바로 시적, 생태적 생명적 상상력의 근원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쓰기와 상상력, 인문적 발상법을 어떻게 무한히 증진시켜갈까? 또한 어떻게 증대시켜갈 것인가.
시인이자 철학자로 잘 알려진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글쓰기를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늪’을 보면서 사색과 글쓰기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온갖만물들을 받아들여 맑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내는 ‘늪’. ''늪''은 더러운 것을 맑고 아름답게 정화하는 공간이다. 죽으면서 살아있고, 끊임없이 질서를 만들며, 파괴되면서 생성되는 곳이다.
그가 통합ㆍ통섭의 사용하는 ‘늪’은 긍정적인 맥락에서 다시 발굴하여 인문학, 철학, 글쓰기,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용어이다.
이 책 <글쓰기와 상상력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늪>은 최 교수가 오랫동안의 사색을 통해 지향해온 인문적 사고와 철학과 글쓰기에 대한 결과물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 방법인 ‘늪’의 본질은? 바로 나와 모든 생명이 함께한다는 ‘연기적(緣起的)’이며 세계를 관계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화엄적(華嚴的)’ 글쓰기다. 쉽게 말하면 내가 세상의 모든 생명과 더불어 함께 하는 마음을 갖는 글쓰기라는 것이다. 또 ‘나’와 ‘글’이라는 어떤 실체(實體)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나를 철저하게 ‘관계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연기적 관점의 글쓰기를 말한다. 이것은 서로 의존하고 서로 침투하는 상즉상입(相卽相入), 원만히 하나가 되어 걸림이 없는 원융무애(圓融无涯)의 글쓰기라고 최 교수는 주장한다.
늪의 글쓰기, 연기적 글쓰기는 최 교수의 시 ‘봄날’에 잘나타나 있다.

‘걸었던 길들에게 미안하다
꽃피지 못하는 저 풀들의
뿌리에게 미안하다
언 돌과 굳은 흙 위로 무심히 내딛던 내 발길,
네 영혼을 너무 아프게 했구나
그래서 미안하다
가만히 홀로 있어도, 난
너의 곁에 너무나 가까이 닿아 있었구나’

이 시를 보면 결국 심신이 존재하는 한 타자들의 영혼을 너무 아프게 하고 있다는 성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자비심의 발현, 이런 미안한 글쓰기는 결국 시적 모성적 자비적 글쓰기와 같은 이른바 따뜻한 글쓰기로 향해간다. 그래서 결코 차갑거나 딱딱하지 않다. 이처럼 인문학 철학이 계몽이라는 허구의식에서 벗어나 화해와 자비의 길을 새롭게 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최 교수의 글쓰기 방식은 ‘정의’보다 ‘표현’이 우선한다. 인간의 글쓰기가 ‘나’를 알리기 위해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란다.
최 교수는 글쓰기가 높은 학문적 장르의 통합, 여러 학문 영역간의 대화에 하나의 모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一)에서 다(多)로, 다(多)에서 일(一)로 ‘라는 근거를 찾을 수 있는 이른바 인문학적 상상력의 유비쿼터스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최 교수는 ‘온몸으로’ ‘온갖 사물과 지식을 총동원한’ 글쓰기와 상상력 증진은 의상 스님의 ‘화엄일승 법계도’나 위 아래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뜻이 통하는 ‘선기도(璇璣圖)’의 발상법에서 살필수 있듯이 첨단의 편집술이 답을 준다고 한다.
최 교수는 불교에서 인문적 지성의 흔적과, 혼돈과 질서를 겸비한 삶의 방식을 찾는다. 그는 사람, 동물, 식물 뿐 아니라 돌, 물, 파도에 밀리는 모래알의 말없는 아픔까지도 늪에서 발견하는데 이를 철학, 글쓰기,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유비쿼터스 지식이나 문화로 재통합, 재구축하고자 한다.
나아가 생명의 미학, 발우공양의 미학, 미와 예술지향인 ‘건달’의 재발견, 편집개념의 재해석 등 우리의 삶속우리의 감각은 미디어이기에 우리의 몸은 미디어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살려나가는 것이 생명과 깨침의 글쓰기”라고 강조하는 최재묵 교수는 “통합(統合), 통섭(通攝), 융합(融合), 융즉(融卽)인 유비쿼터스(Ubiquitous) 형태로 문화나 지식이 재통합되고 재구축되어감으로써, 인문학의 글쓰기와 발상법이 회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목 교수는 영남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을 다녔으며, 일본 츠쿠바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경대 객원 연구원과 하버드대 연구 교수를 지냈다. 현재 양명학을 소개하고 전파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철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글쓰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 <동아시아의 양명학> <나의 유교 읽기> <시인이 된 철학자> <양명학과 공생,동심,교육의 이념> <동양의 지혜>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여려 편의 논문과 역서가 있다.

글쓰기와 상상력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늪
최재목 지음
영남대출판부|1만원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2006-11-01 오후 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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