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번창했던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ㆍ은ㆍ청동 등 금속제 불구(佛具)들이 고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고려시대 금속공예로 만들어낸 불구(佛具)가 용인대박물관에 모였다.
11월 1~19일 용인대학교 박물관 전시실에서 선보이는 ‘불법으로 피어난 금속공예-고려시대 불구’는 고려시대 금속 불구의 아름다움과 학술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해 보고자 기획됐다.
불구는 부처를 봉안한 사찰의 불전이나 불교 의식에 사용하는 특정 용구뿐만 아니라 불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용구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의장(意匠)과 문양 장식 표현 기법이 독특한 고려시대 금속 불구들이 새롭게 공개된다. 전시는 범음구, 의식구, 장엄구, 공양구, 각종 소형 불구, 건축 부재나 경함 등 목재 불구에 사용되는 각종 장식용구로 나눠서 구성된다.
주목받는 전시품은 명문이 남은 작품들. 1223년에 제작된 청동계미명 범종, 1215년 만들어진 청동 정우삼년명 관불반(灌佛盤) 등이 학술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관불반은 명문이 새겨져 용도가 확인된 것이 학계에 처음 보고되는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열반의 장면을 묘사한 금동선각열반변상판, 금강령, 금동연화형 향로 등은 고려시대 불구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이외에도 청동연화모양 사리기, 청동금강령, 은제 소형 불감, 청동장식 등이 공개된다. 개인 처소에 따로 모시거나 몸 가까이 지니고 다니던 생활 불구 가운데에는 호지불(護持佛), 호지용 경전, 경전을 담던 경갑이나 경통 등을 만날 수 있다. 금동연화모양자물통, 만(卍)자 범어의 하나인 실담자(悉曇字), 팔길상문(八吉祥文)이 새겨진 청동장식 등도 장식용구 코너에 선보인다.
한편 용인대학교 박물관은 이번 특별전과 관련해 9일 ‘고려시대 금속공예-불구의 제작과 사용’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마련한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안귀숙 문화감정관(인천공항 문화재감정관실)이 ‘고려 불구의 의미와 제작 방법’을, 서성호씨(국립중앙박물관)가 ‘고려시대 금속 불구 조성과 원주(願主)’를, 김수기 교수(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가 ‘금속공예기법에 따른 보존처리 방법’을 각각 발표한다. 이날 보물 제973호 <화엄경> 사경과 보물급 <묘법연화경> 사경도 공개할 예정이다. (031)330-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