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화가 났다. 정작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전문요양시설 건립은 4년이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이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해 20억을 지원하겠다’고 발언한 까닭이다.
광주 나눔의집(원장 원행)에 기거하는 할머니들은 “기념관 건립도 좋지만 당장 급한 것은 몸의 건강을 보살펴 줄 요양원”이라며 10월 25일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에게 ‘전문요양시설건립 촉구’ 성명서와 할머니들의 편지를 전달했다.
| ||||
이옥수 할머니는 “아픈 부모 병 고칠 생각보다 살아있는 부모 묘자리 만들고 비석 세울 궁리부터 하는 못난 자식을 보는 기분”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전문요양시설을 짓겠다고 땅까지 사놓고 여기저기 신청서와 탄원서도 냈는데 어째서 요양시설 건립에는 관심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속상해했다. 김용수 할머니도 “요양소는 우리들이 편안하게 죽기위해 만들어 달라는 곳이 아니라, 과거의 만행을 고발할 주체인 할머니들이 건강히 살기 위해 필수적인 곳”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정부에서 생활안정지원을 위해 최저 생계비만 지원받고 있는 상태. 나눔의집 측은 할머니들이 고문과 폭행으로 인한 후유증과 노환까지 겹쳐 전문적인 요양과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전문요양시설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1년간 할머니들이 전국을 돌며 일일찻집을 열어 모은 수익금과 후원비로 시설부지 693평을 매입했지만 광주시의 환경법, 오염총량제 등에 묶여 아직까지 당국의 허가를 못 받고 있는 상태다.
향후 위안부 할머니들은 전문요양시설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이어가는 한편, 11월 19~30일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눔의 집이 공동주최하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전국 동시 증언집회’에 참여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증언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