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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서 점심 음악회? 달콤하네~
[시방세계]조계사 7일간의 음악회, 칠일칠음(七日七音)
빌딩이 숲을 이룬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국불교1번지 조계사. 인근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조계사는 편안한 쉼터요 산책코스다.
서울 종로 도심에 위치한 조계사는 인근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일주일간의 음악여행 칠일칠음 음악회를 가을선물로 내놓았다.

점심시간인 정오부터 1시까지, 조계사 경내 소나무와 회화나무 아
래, 곳곳 벤치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쉬거나 정담을 나눈다.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없는데도 처마를 곱게 틀어올린 전통식 전각과 널직한 흙마당,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염불소리, 향내음이 발걸음을 이끈다.
조계사 바로 옆에 위치한 (주)대림산업 인사기획팀에 근무하는 전기홍(31)씨도 불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조계사 뜰을 거닐며 점심 휴식을 보낸다.
10월 25일, 전씨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나왔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조계사 대웅전 마당에 설치된 특설무대였다.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씨는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음악회를 경청하는 풍경에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무대에서는 마노(mano) 스트링 챔버 오케스트라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무직(Eine Kline Nacht Musik, 모차르트 곡)’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통이 살아 있는 조계사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가을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선율에 취한 전기홍씨는 “시간을 쪼개 음악회를 일부러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데, 조계사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음악회를 열어줘 너무 좋다”며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조계사에서 클래식 음악을 접하니까 느낌이 새롭다”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조계사신도회는 청중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했다.

#클래식·재즈·국악 등 다양한 장르 공연
조계사 인근에 사무실을 둔 불교단체 직원들도 음악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7일간의 음악회를 한번도 빠짐없이 들었다는 박현남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간사는 “교회나 성당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직장인들을 위해 사찰에서 음악회를 연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주변 직장인들을 위해 노력하는 조계사의 변화가 무척 반갑고 기분 좋다”고 흐뭇해했다.
전날인 24일에는 TV연속극 대장금의 주제곡인 ‘오나라’를 부른 박애리씨가 출연해 관객들을 맞았다. 찬불가 ‘연꽃향기 누리 가득히’를 부를 때에는 “연꽃향기 어때요? 듣기만 해도 가슴 가득히 연꽃 향기가 전해지는 것 같죠?”하면서 청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또 자신을 판소리 소리꾼이라고 소개하면서 추임새를 아느냐고 청중들에게 묻고는 춘향가의 사랑가 중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를 부르며 청중을 세 팀으로 나눠 판소리를 하는 도중 ‘잘한다’ ‘좋다’ ‘얼씨구’라고 추임새를 하게 하면서 청중이 참여하도록 했다.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케빈(Kevinㆍ38)씨는 “한국의 판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매우 흥미롭게 느껴진다”면서도 “스님이나 사람들이 서로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음악회는 조계사가 창건기념 주간행사의 일환으로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시간에 마련한 ‘일주일간의 음악여행 칠일칠음(七日七音)’이다. 조계사는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장르를 바꿔가며 공연을 준비했다. 첫날에는 국악, 23일 타악 연주, 24일 국악가요, 25일 클래식과 팝, 26일 크로스오버 국악, 27일 재즈, 그리고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장르를 가리지 않은 ‘회화나무 음악회’가 열렸다.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이 멋진 조화를 이뤘다.

#신도회에서 청중에 커피 무료 제공
6가지 창건기념 프로그램 중에서 ‘칠일칠음’을 위해 조계사가 들인 공은 각별했다. 일주일동안 매번 다른 출연진을 섭외해야 하는 수고로움 외에도 조계사 종무원들은 근처에서 서성이는 직장인들과 신도들을 좌석으로 안내했고, 조계사 신도회는 음악회를 찾은 청중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했다.
조계사의 이번 ‘칠일칠음’은 직장인을 위한 음악회를 정례화하기 위한 시험적인 성격이 짙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주 한차례 음악장르를 바꿔가며 무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
조계사 주지 원담 스님은 “한국불교의 총본산 조계사는 도심에 위치해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찾고 있다”며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문화적인 쉼터로서의 기능을 하는 도량으로 자리잡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박봉영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
2006-10-30 오후 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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