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선관위(위원장 도공)는 10월 26일 오후 1~4시 각 교구별로 직선의원 선거를 진행해 총 46명(직할 4명, 해인사 3명, 그 외 22개 교구 2명씩)을 선출했다.
이로써 23일 선출된 직능직대표 20명과 비구니대표 10명을 포함해 앞으로 4년간 제14대 중앙종회를 이끌어갈 76명이 모두 가려진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무산된 불국사와 재선거가 결정된 관음사, 그리고 후보자가 1명이었던 금산사는 선거법에 따라 50일이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과 갈수록 깊어가는 ‘선거 후유증’은 불교계 안팎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문제점은, 원칙 없이 흔들린 중앙선관위의 파행적 운영과 직능직 종회의원 선출과정에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나눠먹기식’ 구태다. 초반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이 두 가지 사안에 가려, 선거 때마다 늘 제기돼 오던 △비리관련 부적격 후보의 출마 △투표자 매수와 금권선거 △종책과 소신보다는 문중과 계파를 배경으로 무작정 출마하는 문제는 지적할 겨를조차 없었다.
‘중심’못잡은 선관위
중앙선관위(위원장 도공)에 대한 비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불국사 은해사 해인사 관음사 등에서 출마자격시비 등이 잇따랐는데도 선관위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11교구 불국사로 출마한 종문 스님의 출마입후보 자격 인정과 관련해서는 ‘인정’과 ‘불인정’을 반복하는 판결로 출ㆍ재가 단체들의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 됐다. 결국 관련단체들의 눈치를 보다가 막판에 후보자와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않고 선거를 무산시키는 편법을 동원하는 추태를 보였다. 한 중진스님은 “선관위원은 누구보다 사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특정인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종헌종법의 정신을 가볍게 여기면서 비난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종헌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종도들에게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된 배경에는 중앙선관위의 운영과 구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정원 9명 가운데 임기만료와 사퇴로 공석이 3명이나 발생했지만 171차 중앙종회에서 후임을 추천하지 않은채 선거를 진행했다. 때문에 3~4명만으로도 얼마든지 야합이 가능한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했다.
따라서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후임위원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그 직을 수행하도록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선거관련 업무를 종회사무처가 병행하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독립기구화시켜 엄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도 더 미룰 수 없다.
‘나눠먹기’ 이제 그만!
그동안 형식적인 계파별 ‘나눠먹기식’ 안배에 침묵했던 선원과 강원, 비구니스님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선원과 강원의 경우 전국선원수좌회(공동대표 혜국 현산)와 전국강원교직자회(회장 우진)가 독자적으로 2명씩 후보를 추천하면서 선출위원회를 압박했다. 비구니 대표도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수현) 직선으로 종회의원이 추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기존의 관행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결국 직능대표선출위원회는 ‘관행대로’ 계파에 따라 20석을 나누었고 선원수좌회, 교직자회, 교단자정센터 등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 선출 무효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출위원들이 “직능대표가 전문성에 맞게 안배되어야 한다”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그들 역시 관행을 따라 후보 추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종도들의 반발을 의식해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10월 24일 긴급담화문을 통해 “직능대표 선출에 있어 입법취지를 벗어난 것은 잘못”이라며 유감을 표명하고 “차기 종회가 구성되는 대로 시급히 개정안을 마련하도록 중앙종회에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총무원이 직접 발의하겠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선출위원으로 참석했던 한 스님은 “현실적 필요성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의석수를 줄이더라도 직능직 선출은 정상적으로 하고, 전국구 개념의 간선의원 제도 도입을 고려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부 교구서 불협화음 노출
이번 선거에서는 9개 교구가 투표 없이 선거를 치렀다. 이러한 결과가 본사대중들의 합의를 통해 여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후보자 수를 강제로 조정하려들면서 교구내 알력과 불협화음만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합법적으로 입후보한 종문 스님을 불국사 교구선관위가 고의로 누락시켰는가 하면, 관음사 교구선관위는 법정ㆍ혜민 스님의 입후보를 방해해 재선거 결정이 내려졌다.
금산사 경우에는 4명이 출마했지만 평상ㆍ원혜 스님의 사퇴와 성우 스님의 후보자격 상실로 종회사무처장 법진 스님만 무투표 당선됐다.
승가적 선출 방식 모색해야
14대 종회는 지난 13대 종회가 처리하지 못한 각종 ‘선거법의 전면적인 개정’에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백양사 유나 지선 스님은 “선거가 종단을 망친다는 탄식이 제방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며 “승가의 전통적 방식으로 선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대 중앙종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개악된 종무원법의 재개정도 미뤄서는 안된다. 대사회적 불교의 위상을 재고하는 것만큼이나 승단의 부정부패를 막고 청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단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종도들은 계파와 문중의 이익을 위해 다투기 보다는 건전한 종책 대결로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4대 중앙종회가 ‘선거법’을 둘러싼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조계종 중앙종회 ‘새 판’ 들여다보니… |
조계종 제14대 교구직선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일부 교구를 제외하면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마무리 됐다. 중앙종회의원선거법 제38조에 따라 월정사, 수덕사, 직지사, 해인사 쌍계사 금산사 백양사 화엄사 대흥사 등 9개 교구에서는 후보자 수가 교구 선출정수 이내여서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교구직선에는 모두 47명의 후보가 13개 교구에서 경합했다. 총 유권자수는 3580명으로 2595명이 투표에 참가해 72.5%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최고 투표율은 제 24교구본사 선운사가 기록했다. 총 투표권자 103명 중 10명을 제외한 92명이 투표에 동참해서 투표율 89.3%를 냈다. 최다 득표 당선자는 직할교구의 태연 스님(130표). 이번 14대 종회에서도 13대 종회에 이어 초선의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초ㆍ재선현황을 살펴보면 재선 19명(25%) 3선 19명(25%) 4선 8명(10.5%) 순이었다. 최다선 의원은 7선의 신흥사 정휴 스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직능대표 장윤 스님이 6선으로 집계됐고 직능대표 학담 영배 장주 자승 수현 스님과 교구직선 영담 진만 보선 스님 등이 4선 의원으로 나타났다. 3교구 신흥사는 정휴 스님의 7선 기록도 화제였지만, 육지장사 주지 지원 스님과 경합했던 불교방송 이사장 도후 스님은 각 19표로 동표가 나와 법랍이 도후 스님(38년)보다 4년이 앞선 지원 스님이 가까스로 당선되는 행운을 얻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정센터가 부적격 후보로 지명한 현법 스님은 법주사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부산 선암사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중원 스님도 출마했던 관음사가 재선거 결정이 나면서 종회입성이 무산됐다 지관 스님 집행부에서 중앙종무기관 교역직을 지낸 스님들의 당선도 화제가 됐다. 현 포교원 포교부장 일관(봉선사),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지현(직할), 前 총무국장 정범(직할), 前 기획국장 성묵(고운사), 前감사국장 선문(동화사), 前 사무국장 성효(용주사) 스님 등이 교구직선으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계파별 부침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한것. 친 집행부 성향 종회의원이 55석 이상을 차지해 재적 3분의 2인 개헌의석수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더욱 공고해진 여권의석 수를 바탕으로 종단운영에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엄회의 약진은 놀라울 정도. 2교구 용주사 직선직 종회의원으로 당선된 화엄회 회장 성직 스님은 “불국사를 빼고도 현재 파악된 의석수가 17~18석 정도 될 것”라고 말했다. 반면 금강·보림회 등 반 집행부 스님들은 의석수가 상대적으로 약화돼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중앙선관위는 11월 3일 당선증을 교부한다. 또 제14대 중앙종회가 종법에 따라 11월 13일 개원될 예정이어서 전반기 의장단 선거전도 막이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