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법난 26주년을 맞아 조계종 10·27 법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추진위원회(10·27법난 진상규명위)가 10월 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10·27법난 진상규명위는 회견에 앞서 배포한 성명서에서 “10·27법난은 무력으로 국가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세력이 자신들의 반민주적, 반역사적 만행을 호도하기 위해 한국불교를 전면적으로 탄압한 사건이며, 또한 자주적 민주적 종단운영을 원천적으로 파괴한 불교말살사건”이라며 노무현대통령 임기내 진상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10·27법난 진상규명위는 또 교과서에 1980년 신군부가 자행한 만행 가운데 한국불교계에 대한 야만적 만행을 적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10·27법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1980년 당시 국가권력을 무력으로 찬탈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에 의해 같은 해 10월에 자행된 ‘10.27법난’(이하 법난)이 발생한지 어느덧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전두환 일당은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과 1980년 5월 ‘민주화의 봄’을 짓밟고 마침내 남녘의 아름다운 도시를 피로 물들였다. 학살과 반역으로 권력을 장악한 그들은 국내외 빗발치는 비판을 호도하기 위해 또 다른 역사적 범죄를 저질렀다. 민주인사의 대거 구속은 물론, 이른바 사회정화라는 미명 아래 무고한 시민을 ‘삼청교육대’에 입소 시켜 가혹하게 인권을 탄압했고, 그해 겨울에는 언론통폐합으로 자신들의 권력 장악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런 반민중적 폭압통치로써 다음해 제5공화국을 발족하게 된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법난은, 무력으로 국가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세력이 자신들의 반민주적, 반역사적 만행을 호도하기 위해 한국불교를 전면적으로 탄압한 사건이며, 또한 자주적 민주적 종단운영을 원천적으로 파괴한 불교말살사건이다. 1980년 여름부터 종단은 점차 안정되고 있었고 또한 불교관련법과 제도의 정비를 정부 측에 요청하였다. 그러는 한편 계엄군의 학살현장, 광주를 방문하여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으며 범불교계 차원의 광주시민돕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광주민중항쟁을 불순분자의 소행으로 매도하여 일체의 진실을 철저히 위장한 당시의 상황에서 불교계는 전례없이 사회문제에 적극적이었다. 또한 80년 8월 21일 전군 지휘관회의가 전두환의 대통령 추대를 만장일치 결의하고, 8월 22일 문공부가 종교계 지도자들을 신라호텔에 초청하여 종교계 전반의 자율정화방안을 제시하고 전두환정권의 지지 성명을 낼 것을 종용하였지만 불교계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워 이를 거부하였다. 허울뿐인 대통령이었다가 사임한 최규하를 비롯하여 사회 각계, 물론 어용적인 종교계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조계종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두환이 ‘법난’을 일으킨 배경에는 바로 불교계의 민주적 자주적 움직임에 대한 말살기도가 작용하고 있음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우리 불교계는 ‘법난’ 발생 다음해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대해 ‘법난’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하여 왔다. 80년대에는 해마다 ‘법난’ 발생일을 맞아 집회와 시위를 통해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했다. 1986년 9월 7일 해인사에 열린 승려대회에서는 한 스님이 단지를 하고 혈서로써 ‘법난’에 대해 항거하였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법난’의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한 스님이 공개증언을 하면서 할복하는 사건 등 지속적인 운동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불교계의 끊임없는 운동으로 1988년 12월 당시 노태우 정권은 강영훈 국무총리의 담화를 통해 ‘법난’의 잘못을 ‘유감’이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사과하고 적절한 보상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법난의 과오를 시인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약속하였지만, 정작 정확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조치는 없었으며 그런 상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등 1980년 대표적 인권탄압 사건은 특별법이 제정되어 나름대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졌지만 ‘법난’은 이에 미치지 못해 상대적으로 더욱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법난’ 발생 이후 사반세기가 훌쩍 넘어 그 사이 피해자가 사망하였거나 고령의 몸이 되어 ‘법난’의 후유증으로 앓고 계신 분이 상당하다. 당시 계엄사의 악랄한 고문으로 평생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은 분에게 정부가 명예회복과 보상을 하여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청정한 수행자를 파렴치한으로 매도하여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게 한 범죄는 곧 공권력에 의한 살상행위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에 망설일 이유가 하등 없다. 현재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10.27법난’의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여 방대한 관련문서를 검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방부의 노력을 치하하는 한편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여 정확하고도 조속히 결과발표가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1988년 당시 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법난’과 관련한 특위위원이었던 노무현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기를 바란다. 노무현대통령의 임기 안에 반드시 진상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및 보상이 실현되어 한국불교사에 그 족적을 남겨주기를 거듭 요구한다. 또한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에 1980년 신군부가 자행한 만행 가운데 한국불교계에 대한 야만적 만행을 적시하고 한국불교는 이러한 국가권력의 탄압을 무릅쓰고 국제적 종교단체로 성장 발전하였다는 사실을 기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법난발생 26주년을 맞는 우리는 한국불교가 당한 법난의 쓰라린 상흔을 깨끗이 씻고 나라와 겨레의 발전에 앞장서는 민족종교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불기 2550(2006)년 10월 27일 대한불교조계종 ‘10.27법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추진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