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도사성보박물관과 일본 나라시 강고지문화재연구소, 대만 퉁하이대학의 전문가 25명이 공동 연구에 참여한다. 우리나라 벽화 보존을 위해 3개국이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인데다, 일본과 한국의 민간 기업이 공동 연구를 지원하고 나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일본의 도요타재단과 한국의 부산상호저축은행(대표 김양), 부산2상호저축은행(김민영)이 후원을 맡았다. 특히 부산2상호저축은행의 김민영 대표는 불교 고문서 수집과 스님들의 계보 정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불심이 깊은 불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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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동 연구는 일본 나라시 강고지문화재연구소 야마으치 실장이 통도사를 방문했다가 영산전의 다보탑 벽화에 매료되면서 시작됐다. 채식자료수복실 실장인 야마으치씨는 박락이 진행되고 있는 다보탑의 아름다움을 원형 그대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공동 연구를 제안하고 도요타 재단에 지원 기금을 신청했다. 이를 통도사가 받아들였고 통도사성보박물관장 범하 스님은 한국의 민간 기업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공동 연구 기간은 2005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로 3년. 준비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공동 연구가 착착 진행 중이다. 한국, 일본, 대만의 전문가들이 매월 한차례씩 영산전 주변의 일기, 습도, 온도 등을 관찰해 그 조건에 맞는 보존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벽화가 그려진 벽의 구조물과 벽화의 상태 분석을 위해 X선 촬영과 적외선 촬영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다보탑 벽화가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벽화 제작 당시 사용되었던 아교를 복원해 벽화가 떨어져 나오는 것을 막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보존 방법을 찾는 일과 함께 이번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보탑 벽화의 복원을 위한 모사 작업이다.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올 11월부터 시작하는 모사 작업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한국은 채색 상태나 박락 상태 등을 그대로 모사하는 현상 모사를 일본은 처음 그려진 그대로를 짐작하며 복원해 내는 복원 모사를 맡는다. 이 두 가지 모사본이 완성되면 전시를 한 후 통도사에 영구히 보존하게 된다.
또한 이번 공동 연구 성과를 토대로 12월 3일 일본에서 한일 공동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며 2007년 11월에는 한국에서 세미나를 열어 그 동안의 결과물을 발표하게 된다.
법화경의 ‘견보탑품’에 나오는 다보탑을 형상화한 것은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이 건축으로 남아 있을 뿐, 회화작품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이번 공동 연구로 다보탑 벽화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가 분반좌하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 벽화는 1716년(숙종 42년) 작품으로 파악됐다. 탑 둘레는 온통 영락과 보배로 된 풍경이 장엄돼 있고 하늘에는 오색구름이 휘날려 아름다움을 더하는 작품이다. 통도사 영산전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03호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