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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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뒹굴며 '보물' 캡니다
[도반의향기]용봉초등학교 김주석 선생님
''누군가 내 삶을 흘겨볼지도, 또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내 길을 간다. 누군가 무엇인가에 인생을 걸듯이, 나도 내 길에 모든 것을 쏟았다. 나는 그 길을 걸어왔고, 그 길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갈 것이다. 후회는 없다. 내가 선택한 길이다. 있다면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일 뿐.''
이순(耳順)의 나이 60에 서서 이런 ‘독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용봉초등학교 파라미타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김주석 선생님. 선생님은 늘 두 개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하나는 부처님 가르침 다른 하나는 부처님을 닮아가는 아이들.

충남 홍성 홍북면의 작은 시골학교 용봉초등학교. 전교생이래야 79명에 불과한 시골의 작은 학교다. 이 학교에는 불교청소년 단체인 파라미타 회원이 10명이나 된다. 용봉초등학교 파라미타 분회가 창립된 것은 지난해 5월. 시골학교의 파라미타 분회를 눈여겨보는 사람도, 또 그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불자교사가 평생을 가꿔온 신념과 원(願)이 담겨 있다.
용봉초등학교 김주석(60) 교사. 무뚝뚝한 표정에 마른 얼굴, 게다가 60줄에 들어선 나이. 어디로 보나 어린 학생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외모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파라미타 특별활동 수업시간에 만난 용봉초등학교 학생회장 재민이(13ㆍ6년)와 홍성군 영재인 재흠(13ㆍ6년)이는 는 “꼭 우리 할아버지 같아서 좋아요”하며 씩 웃는다. 붓글씨를 잘 쓰는 소연이(12ㆍ5년)가 “불교를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예절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종선이(11ㆍ4년)와 종열이(9ㆍ년) 형제는 “맞아요, 맞아요”하며 거든다. 그 사이에 교회에 다닌다는 현정이(11ㆍ4년)는 “동생(1학년) (파라미타에)데리고 와도 돼요?”하며 선생님에게 질문을 던진다.
교직에 몸담은 지는 올해로 꼭 37년째다. 이제는 교감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이 더 어울릴 나이. 그렇지만 ‘계급’에는 관심 없다. 오로지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부처님을 ‘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천직’으로 여겨왔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작년 3월에 용봉초등학교로 전근을 와서 바로 파라미타 분회를 만들었습니다.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어요. 전에 홍남초등학교에서 파라미타를 만들 때 보다는 쉬웠죠.”
파라미타는 도 단위의 지부, 시ㆍ군 단위의 지회, 학교나 사찰 단위의 분회로 조직돼 있다. 그러나 충남에는 지부가 없고, 홍성군 지회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홍남초등학교 분회와 용봉초등학교 분회 2곳의 분회가 설립돼 있다는 것은 특기할만한 일이다. 지부나 지회 없이 분회가 설립됐다는 것은 조직적인 지원없이 누군가가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996년 파라미타가 창립되고 곧바로 홍남초등학교에 파라미타 분회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학교에 파라미타 분회가 설립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파라미타의 특별활동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분회 설립 안내장이 나가니까 학부형들이 종교문제로 이의를 제기해왔어요. 당시 교장선생님이 많은 우려를 하셨지만 제가 학부형들을 설득하겠다고 밀어붙였죠. 그래서 학교 밖에서만 활동하는 것을 전제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아니 반드시 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이 있었다. 김 교사가 파라미타에 이토록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불심이 깊었던 선친과 대전고 재학시절 학내 불교동아리 ‘사유수’ 활동을 하면서 가르침을 받았던 충남문인협회장을 역임한 김대현 시인의 영향이 컸다. 학창시절에 만난 불교가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를 느끼게 해 준 두 분이다.
교사로 재직한 지 11년이 지난 1988년 홍성읍내에 홍주불교포교원이 생겼다. 두 분과의 인연을 이을 기회가 온 것이다. 그 길로 홍주포교원을 찾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렇게 2년 간 불교학생회 아이들과 뒹굴었다.
그 뒤 파라미타 홍남초등학교 분회를 설립하고 나서는 만해회관 건립에 모든 것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만해회관 건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혼자서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식의 반응도 적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만해 스님의 사상이야말로 청소년 교육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주석 선생님
충남도지사와 홍성군수에게 건의서를 제출하고 군 의원과 조계종 총무원, 파라미타협회에도 연이어 요청했다. 몇 년 간을 방학 때마다 만해 스님 관련 자료를 모으러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얻은 것은 없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는 11월부터는 예산 향천사 초등학생 토요법회를 지도한다. 한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던 향천사 초등학생 법회가 재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사찰에 어린이ㆍ학생 법회를 만들고 싶다.
“보물이 묻혀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 교사에게 보물은 아이들과 부처님 가르침이다. 부처님 가르침은 마음을 아는 것이고, 아들에게는 마음을 알게 하는 인성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소신이 확고하다. 그래서 김 교사는 “인성은 마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부럽죠. 불교로 아이들 인성교육을 하고 계신 모습이 말이에요.”
영어ㆍ체육ㆍ음악 교과전담인 김보경 교사(38ㆍ영어 체육 음악 교과전담)는 자신(개신교)과 종교는 다르지만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주석 교사에게 존경을 표한다.
이근정 교사(37ㆍ보건)와 한상미(29ㆍ급식담당)씨도 이구동성으로 “교육철학이 확고하신 분”이라고 말한다.

“막내아들이 스님입니다. 기뻤죠, 부처님 뜻을 따르는 아들이 있다는 것이. 여건이 닿는다면 대안학교를 해보고 싶어요. 일반 학교보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더 많이 전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지는 해가 더 붉은 법이다. 나이는 어느덧 황혼에 접어들었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은 청춘이다. 용봉초등학교 구석구석에 걸려 있는 김주석 교사의 열정. 이곳 아이들은 그 열정의 꿈을 먹고 자라고 있다.
홍성/글=한명우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2006-10-23 오후 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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