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진 나탈리의 목소리가 칼질소리, 기름 끓는 소리와 함께 템포 빠른 음악처럼 리드미컬하게 들린다.
캐나다에서 온 나탈리, 인도의 나라지 샤르마, 일본의 와타나베 히로코 10월 15일 부산 홍법사 야외 조리실에 모인 20명의 외국인들이 저마다 각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사)한나래문화재단(이사장 심산)이 외국인 문화행사 개최 100회를 맞아 국가별 채식 요리 선보이기를 연 것이다.
치이~지글지글~ 지지고, 볶고, 끓이고.. 국적도 다양하고 조리법은 각양각색 이지만 모자란 재료는 나누고 미처 배우지 못한 조리기구 작동법을 알려주는 모습은 각국의 음식이 뿜어내는 연기가 한데 섞여 풍기는 냄새처럼 묘한 일체감을 느끼게 했다.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거나 각국의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어 교사들이다. 부산 동서대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전공하고 있는 인도의 나라지 샤르마는 군만두처럼 생긴 사모사를 가리키며 "이거 인도 만두,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너무 재밌어요. 빨리 만들어서 사람들이랑 같이 먹고 싶어요"라며 짧은 한국어를 구사하고는 멋쩍은 웃음을 내 보였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홍법사 잔디밭에 설치 된 식탁 위로 각국의 음식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인도의 사모사와 전통차 짜이 일본의 사찰음식 켄친지루, 폴란드식 만두 프로기, 대만의 버섯 샤부샤부, 한국의 사찰음식 등 7개국 참가자들의 20여 가지 음식이 식탁을 가득 채우고 요리를 하던 참가자와 기다리던 관람객까지 모두가 식탁으로 모여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영국의 피터 루이스는 "미리 알았다면 꼭 참가해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한국에 와서 늘 한국음식만 먹었는데 오늘은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 볼 수 있어 아주 좋은 날"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공손히 무릎을 꿇고 연차와 떡을 맛 본 호주의 아네트 드류는 "맛 있어요. 굿~ 좋아요."라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1996년 몽골 간단사 방문을 계기로 국제포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은 몽골선수단과 결연을 맺으며 한국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몽골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97년에는 ''''국제포교부''''라는 이름으로 몽골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계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99년 (사)한나래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국제부(회장 김건웅)를 개설 송편 빗기, 연 날리기, 전통 등 만들기 등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왔다. 전통문화와 더불어 템플스테이, 참선다례시연 등을 통해 자연스레 불교문화를 체험하고 가까워 질 수 있도록 세심한 준비도 함께 했다.
외국인 문화행사를 시작하던 초기에는 참가자가 없어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어느새 5명이 10명으로 10명이 20명으로 불어 10년간 100회의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3000명의 참가자 들이 다녀갔다. 국제부 김건웅 회장은 "앞으로도 윷놀이, 송편 빗기 등 계절에 맞는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과 불교를 알리는 통로가 되겠다"며 새로운 10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