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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땅 티베트, 중국서 불어온 자본물결에 '흔들'
[창간특집]칭짱열차를 타고 티베트를 가다
티베트의 성스러운 호수 중의 하나인 나무춰호수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칭짱철로 기차는 낮게 드리운 흰 구름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가르며 평균 해발 4000m를 달려나간다.

‘하늘길’이라고 불리는 칭짱(靑藏)철도가 개통된 지 3개월 남짓, 티베트는 라싸를 기점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늘어난 관광객으로 포탈라궁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몰리자, 공식적으로 100위안인 포탈라궁 입장료가 600위안으로 뒷거래되고 있다. 몰려드는 관광객 수만큼이나 한족들의 티베트 진출도 철로를 따라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티베트의 중국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티베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뚫린 하늘 길을 통해 들이닥친 변화의 바람 앞에 놓인 티베트를 9월 16일부터 열흘동안 직접 찾았다.

‘하늘길’에서 보낸 2박3일
베이징 서역 9월 16일 밤 9시 30분. 하루에 한번 뿐인 라싸행 칭짱(靑藏)열차가 출발했다.
라싸까지 평균 해발 4000m를 지나며 꼬박 48시간 동안 달리게 될 기차다. 4인 1실 2량, 6인 1실 7량, 3등석 6량으로 구성된 기차는 총 900명의 승객을 싣고 총 1956km를 달린다.
베이징 서역을 출발한 기차는 다음날 오전 9시ㅔ 시안역에 도착했다. 아침 햇살을 받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활기차다.

7월 1일 개통이후 칭짱철도를 이용해 라싸로 가려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표를 구할 수 없을 만큼 기차는 늘 만원이다. 시안, 란주, 서령, 거얼무, 라곡 등 중간의 역에서 내려 다른 관광지를 경유하고 싶어도 그곳에서는 라싸행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다.
비행기가 있긴 하지만 갑작스런 고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고산증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아 서서히 고산에 적응하는 기차여행이 고산증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기차여행 선호의 이유가 된다. 또한 ‘불가능하다’는 예상을 뒤엎고 평균 해발 4000m위에 놓인 ‘하늘길’을 달려보고 싶은 호기심이 한 몫을 한다.
그러나 칭짱열차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는 고원을 가로지르는 열차에 앉아 가까이서 만나게 되는 평원의 절경이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그 위에서 풀을 뜯는 야크떼와 산양, 푸른 하늘의 한 조각이 깨어져 내린 듯한 호수와 설산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달려가는 기차를 따라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은 세계 최고 해발(5072m)에 위치한 기차역인 탕구라산역과 하늘보다 더 푸른 추나호(天湖)를 지나면서 절정을 이룬다. 추나호와 같은 절경에서 기차를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망대 설치 공사가 몇 군데서 진행 중이다.
평원에서 야크와 산양을 기르는 티베트 원주민들의 천막집

칭짱열차에서 만난 사람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풍경에 매료돼 지겨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첫날밤의 불편한 잠자리에서 깨어난 2일째 아침부터 고산증에 대한 불안도, 2박3일이라는 시간도 잊은 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쁘다.
기차는 3일째 새벽녘 거얼무역을 지나면서 고산용 기관차로 머리를 바꿔달았다. 이때부터 20%의 산소가 차내에 자동으로 공급된다. 역무원은 객실마다 산소호흡기를 지급하며 라싸역까지 금연하라는 주의 사항과 함께 호흡기 착용 방법을 전달한다. 그러나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두통 증상을 경미하게 호소하거나 고산증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 미리 약을 복용할 뿐이었다. 마이애미에서 온 헬렌(73)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고산증세가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김인영(30)씨도 “고산증을 가장 걱정했는데 별다른 고통은 없다”고 웃어 보였다.
설산을 배경으로 야크를 키우며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티베트 장족의 모습.

열차 개통으로 서장자치구의 관광객이 불과 3달 만에 50% 이상 늘어난 반면, 화물운송비는 80% 이상 내려갔다. 운송비 때문에 외지에 내다 팔기 어려웠던 트베트의 광물들이 중국 본토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라싸에서 만난 한 노인은 “중국이 값싼 물건들을 티베트에 갖다 주고 티베트의 천연 광물을 빼낸다”며 철도 개통이 가져온 변화를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중국과 티베트 모두에게 칭짱열차가 경제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은 명백하다.
중국의 티베트 지배가 티베트 인민의 해방으로 명명되었듯, 칭짱열차 개통으로 티베트인들의 삶이 바뀌게 된다면 그것도 경제 발전으로 포장될 것이다.
칭짱철도 개통이 티베트만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중국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었던 티베트 여행을 현실로 만들었다. 기차에서 만난 중국인 왕티엔초(57)씨는 “늘 가보고 싶었던 티베트를 기차로 쉽게 갈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며 칭짱열차 개통이 가져온 변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칭짱열차가 중국인보다는 티베트인들에게 더욱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칭짱열차 개통으로 가장 극심한 변화 앞에 놓인 사람들이 티베트인들이다. 이미 문명의 이기와 돈맛을 알아버린 이들이 많다. 자녀를 중국에 유학시키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큰 변화 중의 하나다.
라싸 시내 곳곳에 진짜 스님인지 가짜 스님인지 분간키 어려운 이들이 경을 외우며 앉아 있다.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씻어내고 운전기사가 되거나 여타 직업을 구해 돈을 버는 재미에 빠져 있는 장족(중국의 소수민족으로 티베트에 일부가 살고 있다)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권을 한족들이 잡고 있는 라싸의 상황에서 보면 장족들의 삶이 한족의 지배아래 놓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대규모 자본과 정부의 지원아래 한족들은 부를 축적하게 될 것이고 장족들은 한족의 부를 채워주기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티베트의 중국화는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티베트가 칭짱열차 때문에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칭짱열차를 타고 티베트에 온 중국인들의 내면에도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중국은 본래 종교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열차로 인해 티베트와 중국이 서로 왕래가 쉬워지면서 중국인들이 티베트 불교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실제로 북경에서 왔다는 김전룡(53) 씨는 “이해가 안 되긴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하늘길로 이어진 티베트와 세상은 서로의 존재에 서로를 비춰가며 인연지어져 간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 앞에 놓인 티베트는 거대한 인드라망에 매달린 하나의 구슬이다.

오체투지의 땅 ‘라싸’
성스러운 땅, 라싸는 윤회의 큰 원을 그리며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칭짱철도의 개통으로 급속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시가지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장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또 하나의 풍경이 돼 있었다. 라싸의 상징인 포탈라궁, 문성공주가 모셔왔다는 12살의 석가모니 불상이 모셔진 대소사, 티베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인 철방사(哲蚌寺) 어디를 가든 마니차를 돌리며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티베트 라싸 소소사 대중들이 불기를 닦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원형은 생사윤회를 반복하는 인간의 굴레를 의미하는 것인 동시에 그 굴레를 벗어나길 바라는 초월의 몸짓이기도 하다. 생사윤회의 끝없는 자맥질을 이어가는 그들이 꾸려가는 삶이란 풀잎 끝의 이슬 같은 환영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를 향한 순례를 하고,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절에 보시하고 거지처럼 걸식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고행을 멈추지 않는다. 티베트인들에게 이 생은 보다 나은 내 생을 위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대소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순례길인 바코르 광장에는 몇 달 전 혹은 몇 년 전부터 고향을 떠나와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남녀노소로 붐빈다. 라싸에서 270km 떨어진 낙추에서 왔다는 조모씨는 보름동안 라싸에 머물며 오체투지로 보다 나은 내생을 기원하고 돌아갈 예정이다. 라싸에 살고 있다는 60세가 넘은 또지씨는 6명의 가족들과 함께 바코르 광장을 돌고 있다. “아침에 11바퀴를 돌았고, 저녁에는 20바퀴를 돌 예정”이라며 “6살 때부터 돌기 시작했으니 바코르 광장을 도는 일은 죽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내 생활의 일부”라고 말했다.
삶과 죽음조차 단절이 아닌 순환임을 굳게 믿는 절대적 믿음위에 세워진 티베트 불교의 중심에는 달라이라마가 있다. 그러나 인도 망명정부에서 돌아올 수 없게 된 달라이 라마의 현실은 급격한 변화 앞에 떠밀려진 티베트의 현실과 닮아 있다.
주인 잃은 달라이라마의 겨울 궁전인 포탈라궁과 여름 궁전 노브린카는 날로 늘어가는 관광객들이 주인 대신 차지하고 있다. 총 13층인 포탈라궁은 중국 정부의 문화재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주인 없이 죽어 있는 공간이 돼 버렸다.
라싸의 불교는 겉에서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각 사찰마다 정부가 임명한 스님들이 관리인처럼 절을 지키고 있을 뿐, 수행하는 스님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절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 하면 돈을 요구하고, 버젓이 영수증까지 발행하는 곳도 있다.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사람도 사진을 찍고 나면 어김없이 손을 내민다. 돈을 달라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손을 내미는 아이들과 돈을 요구하는 스님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포탈라궁 앞에서 보다 나은 내생을 기원하며 오체투지로 하루를 여는 티베트 불자들. 신심이 하늘보다 높아보인다.

그러나 현지 가이드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에겐 돈을 달라고 하기 전에 돈을 주세요. 그들은 전 재산을 절에 보시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돈을 달라는 스님들은 일부입니다. 변해가는 티베트의 일면이라고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가이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티베트의 변해가는 모습에 우려를 표한다. 티베트의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의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곳의 문이 닫혔다. 티베트박물관이 일반에 개방되지 않고 총 13층의 포탈라궁도 맨 꼭대기의 세 개 층 일부 법당만 공개된다. 그 마저도 사진 촬영은 전면 금지된 상태다. 감시카메라까지 동원된 중국 정부의 보호책은 티베트의 신비로움을 만나고픈 사람들을 가로막는다.
앞으로 점점 티베트 불교의 신비를 상징하는 법당이나 불상들을 만날 기회는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현대화, 물질화 되어가는 라싸시의 풍경 속에서 티베트의 정신과 핵인 불심과 오랜 전통을 이어 내려온 자연친화적인 삶의 알맹이가 빠져버리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티베트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
바코르 순례길에서 만난 한 노인의 말이 떠오른다.
“티베트를 아느냐? 라싸만 보고 티베트를 전부 판단하지는 말라.”
철로가 개통되고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 못마땅한 그 노인의 말은 티베트에 대한 저마다의 판단과 환상을 지우고 여실히 티베트의 현재를 바라보라는 주문처럼 마음을 울렸다.

■ 색랍사 스님들 싸우세요?
색랍사의 스님들이 토론의 정원에서 경율론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하고 있다.

색랍사에 가면 출가 후 3년 이상 공부한 스님 중에 대웅전에 들어가 예불을 볼 수 있는 스님만이 참여하는 공부의 장이 있다. 쫑가바 대사가 황교를 창시할 당시부터 스님들의 공부를 점검하는 수행의 한 방법이었던 이 토론의 장은 5대 경, 율, 론에 대해 배운 것을 스님들이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을 취한다.
티베트의 여러 사찰에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행해지고 있는 공부법이지만 색랍사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스님들이 서로 묻고 답하며 공부를 점검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싸움을 하는 듯도 하고 춤을 추는 듯도 해 보는 이를 당황하게 만들 정도다.
어쩐지 보여주기 위한 해프닝 같아 진지함이 덜하지만 싸움을 하듯 서로의 공부를 점검하는 공부법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티베트 불교의 숨은 생명력을 발견하게 된다.

700여 대중 이끄는 철방사 주지 토미룸부치 스님
철방사 주지 토미룸부치 스님

“그 전에는 만 명이 머물렀을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지금은 700명이 공부중입니다. 생로병사를 초월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수행해야 합니다.”
9월 20일 라싸에서 머문 지 3일째 되던 날 만난 철방사 주지 토미룸부치(65·사진) 스님은 “윤회는 티베트불교의 특징이 아니라 자연 법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보리도차제론을 교본삼아 계정혜를 실천하고 자비심을 키워 스스로 생사윤회에서 초월하도록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5세에 출가한 스님은 7년 전부터 철방사 주지를 맡아 대중을 이끌고 있다. 스님의 방은 700명을 대중을 이끄는 주지스님의 방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박했다.
대중을 이끄는 데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힘든 점은 없다. 내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님들 스스로 본래면목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나는 하는 일이 없다”며 웃어 보였다. 티베트에서는 주지스님이라고 따로 대중을 위한 법문을 하는 경우는 없다. 스스로 깨달음이 없으면 법문을 해도 스스로에게는 물론 대중에게도 아무 이득이 없기 때문에 경율론을 모두 배워 자격을 갖춘 법사 스님만이 법문을 하게 돼 있다.
그러나 1년에 한번, 음력 7월 15일에는 주지스님도 불경책 한권을 외워서 대중들을 위해 독송해야 한다.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부단한 공부를 강조할 뿐 말을 아끼던 토미룸부치 스님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한국 불자들을 위한 축원을 잊지 않았다.
“뜻하는 것을 모두 이루고, 건강하고 평화스러우며 생로병사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티베트/글·사진=천미희 기자 |
2006-10-23 오전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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