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조계종 환경위원회 주관으로 ‘불교환경의제21 선포식’이 열렸다. 3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종교계 최초로 선포되는 환경의제였기 때문에 이치범 환경부장관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주요 외부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종단 공식 행사’였다. 행사가 열리자 삼귀의를 거쳐 예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로 시작되는 한문 ‘반야심경’이 봉독됐다.
#“천수천안 관음보살 광대하고 원만하신 걸림없는 대비심의 신묘법문 열으소서….”
서울 봉은사 일요법회. 남녀노소 불자들이 한목소리로 한글 ‘천수경’을 읊는다. 불자들 앞에는 <한글통일법요집>이 펼쳐져 있다. 봉은사가 ‘천수경’을 한글화한 것은 3년 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면 할수록 호응도가 높아져갔다. 뜻도 잘 모르는 한문보다 한글로 의미를 되새기니까 의식 참여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의식의 한글화 대중화를 위해 3년 2개월간의 노력으로 <한글통일법요집>을 완간한지 2개월. 하지만 이를 활용하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포교원측은 우선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의식(儀式)이 변하기 위해선 의식을 집전하는 스님들의 의식(意識)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일정기간의 과도기가 필요하다. 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홍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번역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법요집을 한글화할 때 국문학과 교수 등의 감수를 받았다. 하지만 원래의 뜻을 제대로 살릴 뿐 아니라 운율에 맞게 하기 위해선 여전히 손볼 곳이 많다는 지적이다.
포교단체의 한 관계자는 “종단 의지 부족”을 꼬집기도 한다. “종단 공식행사에서조차 외면하는 현실에서 개 사찰이나 포교당에 <한글통일법요집> 사용을 권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얘기다.
<한글통일법요집>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어느 정도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총무원이나 교구본사 공식 행사 때 <한글통일법요집> 사용을 의무화하면 자연스레 파급 효과가 생긴다는 논리다.
특히 행자교육원에서부터 <한글통일법요집>을 교재로 의식을 집전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조계사ㆍ도선사ㆍ봉은사 등 도심 주요사찰을 시범사찰로 지정해 운영한 뒤 전체 사찰로 확대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비디오 테이프나 DVD 등 영상자료를 제작해 사찰이나 불교단체에 보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불교방송이나 불교TV, 불교계신문사 등 불교언론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종단 차원에서 한글의식집전대회 등을 개최하는 것도 <한글통일법요집>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진명 스님은 “포교단체나 계층에 맞게 소책자로 만드는 등 <한글통일법요집> 활용 활성화를 위한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