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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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참ㆍ실구ㆍ실오 통해야 선 이해할 수 있어"
임제종 향악사 방장 미야모토 스님 부산서 법문
일본 임제종 대본산 향악사 방장 미야모토 스님이 한국 불자들을 만났다.
일본에서는 물론 국외에서 잇따르는 법문 초청에도 좀체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미야모토 스님이 10월 21일 오곡도명상수련원 자비회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미야모토 스님이 법문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50여 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수행에만 몰두하던 스님이 이례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오곡도명상수련원 장휘옥 원장과 김사업 지도법사와의 인연으로 가능했다. 통영 오곡도에 명상센터를 짓고 수행에만 전념하겠다고 교수직을 놓고 섬으로 들어갔던 두 사람이 세계의 선방을 체험하면서 미야모토 방장과 인연을 맺은 후 미야모토 스님과는 각별한 사제의 연을 맺게 됐다. 이후 장휘옥 원장의 초청으로 미야모토 스님이 2년 전 처음으로 오곡도명상수련원을 찾아 일주일 동안 불자들을 집중 지도하기도 했다.
부산 크라운 호텔에서 열린 초청 법회는 미야모토 스님의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법회에는 오곡동명상수련원 집중 수련을 한차례 이상 거쳐 간 100여명의 불자가 참석했다. 특히 이날 법회는 오곡동명상수련원에서 수행을 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자비회(회장 정영식)라는 봉사회 창립을 기념하는 행사여서 의미를 더했다.
법문에 앞서 정영식 회장은 인사말에서 “수행을 통해 스스로의 자성을 회복함은 물론 중생무변서원도의 뜻을 받들어 중생들을 이익케 하는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스님의 법문이 시작됐다. 스님의 법문은 2시간 동안 김사업 지도법사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서서 고개가 테이블에 닿을 만큼 인사를 건넨 스님은 시종일관 선 채로 법문을 이어갔다.
“선에 대한 설법은 어렵다. 게다가 선에 대해서 쉽게, 그것도 재미있어서 웃을 수 있을 정도로 해 달라는 요청까지 있어 더욱 내 처지가 더욱 어렵게 됐다”며 대중을 웃게 만든 스님은 “그러나 너무 심각하지 않게 편안하게 들었으면 좋겠다. 피곤한 사람은 졸아도 좋다”고 선사 특유의 유머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스님은 “선이 어려운 이유는 머리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을 행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며 “실제로 몸으로 좌선을 해봐야 하는 실참(實參)이 바탕이 돼야 하며 그 실참을 꾸준히 물러서지 않고 해 나가는 실구(實究), 그리고 실구를 통해 실오(實悟)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선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깨달은 세계를 말로 표현한다는 게 힘든 요소가 있어 실오를 상대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달마 스님은 면벽 9년으로 선을 표현했고, 어떤 선사는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어떤 선사는 주장자를 두드려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오전 내내 한국 불자 10여명의 독참을 받아 공부를 점검한 뒤였지만 법문하는 목소리에는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이 힘이 넘쳐났다.
일본 임제종 방장 미야모토 스님이 부산 크라운 호텔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이어 스님은 스님의 출가와 수행담을 통해 한국불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2차 대전 패망이후 혼란스러운 시절에 성장기를 보낸 스님은 청정한 세상을 찾기 위해 20대 초반까지 온갖 책을 읽으며 방황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백은선사의 ‘야선한화’라는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아 그 책에 나와 있는 좌선법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선을 수행하는 곳을 찾아 그곳에서 출가했다.
이후 스님은 “단 한번도 출가를 후회한 적이 없이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해 왔으며 세 번의 큰 체험을 통해 죽음과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수행과정 동안 그 어떤 고통보다 ‘깨닫지 못한 고통’이 가장 자신을 괴롭혔다고 고백한 스님은 그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모든 고통의 근본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이 참 좋은 것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따라해보려는 사람이 적다”고 안타까움을 표한 스님은 “그러나 현대사회의 어리석음, 혼란, 괴로움이 과연 우리의 진정한 모습인지 물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어리석음, 혼란, 괴로움이 인간의 진정한 모습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곡도명상수련원에서 집중 수련을 1회 이상 경험한 불자들이 법문을 듣고 있다.

스님은 백은 선사의 ‘좌선화찬(坐禪和讚)의 게송을 인용하며 법문을 마무리했다.
“백은 선사의 게송을 줄이고 줄여서 핵심만 뽑는다면 ‘중생은 본래 부처이니 스스로 마음 돌려 자성을 깨달으면 이 몸이 곧 부처이니라’가 된다”고 강조하며 다시 한번 실제로 좌선을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설법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으로 본래면목을 회복할 수는 없다. 실참과 실구의 꾸준한 노력을 거쳐 실오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본래면목을 회복하는 것이니 온 몸으로 좌선해 보세요라고 권하고 싶다”고 법문했다.
법문의 끝난 후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다음은 일문 일답.

일본의 대표적인 화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많은 화두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척수음성(隻手音聲)이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화두로 한손으로 내는 소리가 뭔가에 대해 알게 되면 상당한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무자 화두는 무에 정신을 집중한다면 척수음성에서는 척수에 집중한다거나 음성에 집중한다거나 하는 화두에 따라 집중하는 방법이 다른지?

-화두의 생명은 화두와 내가 하나되는 것에 있다. 내가 없고 화두만 있는 것이다. 선의 생명은 화두와 하나 되는 것에 그치는 것뿐 아니라 내가 있는 그 현장 하나 하나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즉 밥을 먹을때는 밥먹는 것과 하나가 되고, 길을 걸을때는 걷는것과 하나가 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어떻게 화두와 하나가 될 것인가는 일반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하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화두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일대일로 독참을 통해 점검을 받거나 본인 스스로 고심해서 몰두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하나는 세상살이는 조금 잘못해도 통과가 되기만 화두에는 조금이라도 잘못한게 있으면 스승이 절대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 몇 년을 했다 해도 조금이라도 미진한 것이 있으면 허용되지 않는다.

좌선으로 몸에서 생기는 변화에 대해 궁금하다. 추위를 많이 타는데 좌선을 하다보면 몸에 열이 나는 듯 해서 추위를 잘 느끼지 않는데 이런 과정은 어떠한 작용인지?

-좌선은 자성을 깨닫는 것을 근본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산물로 건강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일본에서는 영하의 날씨에도 바깥에서 수행을 하는데 진짜 본인이 좌선에 몰두하면 추위를 못 느끼며 절대 감기에 들지 않는다. 감기에 걸리면 좌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2006-10-25 오전 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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