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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서울 가회동 사단법인 보리 사무실. 스무 해 넘게 이끈 방송모니터팀 정기토론에서 그는 가쁜 숨을 가누며 3시간 내내 부지런히 말품을 팔았다. “제발, 쉬엄쉬엄하시라”며 모니터팀 간사가 간곡하게 말려도 소용없다.
“모니터링은 단순히 남의 잘못을 짚어내는 일이 아닙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고치는 과정입니다. 수행과 같지 않나요?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어떻게 제가 아플 수 있겠습니까. 아파도 아프지 않은 이치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운동가다. 20여년 넘게 사찰생태 보존활동과 방송모니터 모임을 이끌어오다 병에 걸렸지만, 그는 여전히 ‘불교’ ‘생태’ ‘방송’이란 삶의 3가지 화두를 움켜쥐고 있었다.
“은사였던 광덕 스님은 제게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설한 보현행원은 단연 원왕(願王)’이라 하셨죠. 한량없는 부처님의 공덕을 성취하는 결정적인 행원을 세우란 그 말씀이 지금 제 믿음의 밑천이 됐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고서도 10년을 기약하는 ‘108사찰 자연생태기행’ 원력을 세우고 본지 32면에 격주연재하고 있다. 4대 종교 가운데 처음으로 언론감시 법인체인 사단법인 보리도 출범시켰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역설적으로 다시 출가하는 기분이었지요. 아예 새롭게 ‘부처님과 은사스님에게 보은을 제대로 해봐야 겠다’는 서원이 생기더군요. 그때부터 제 삶의 화두들을 머리로 짐작해 알려고 하지 않고, 온전히 발과 몸으로 걷고 부딪치면서 믿음과 원력을 키워갔습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폐암 선고, 그럼에도 그는 보름에 한 번씩 찾아 간 사찰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108사찰생태기행’ 대상 산사 가운데, 현재 62곳의 탐사를 마쳤고, 그간 써온 기행보고서는 200자 원고지로 무려 4200매가 넘는다. 또 사찰 곳곳을 담은 현장자료사진은 3천여 컷이나 된다. 또 방송감시활동에서도 남다른 결과를 이끌어냈다. MBC의 불법 선교프로그램인 ‘행복으로의 초대’를 중단시킨 일부터 ‘주일(主日)’이란 종교용어의 방송광고 사용금지 처분에 이르기까지 바른 방송을 통한 호법활동을 펼쳐왔다.
하나의 길도 가기 힘든 법인데 세 갈래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김재일 소장.
김 소장은 요즘 필생의 원력을 회향하고자 아픈 몸을 지독하게 다잡고 있다. 그것은 ‘전국 1천 사찰 참배하기’. 1998년부터 시작한 이 원력은 마음속에 1천분의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것으로, 지금까지 602곳의 사찰을 발품 팔아 찾아갔다.
“앞으로 마음에 모실 부처님이 많습니다. 못 생긴 나무가 끝내 산을 지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나무처럼 우직하게 원력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건강만 허락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