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종(Conversion)’은 기독교신학상의 개념이다. 그리스도교의 한 종파에서 다른 종파로 전향하거나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에게는 근래 서양 선교사들이 ‘선교=개종’이라는 공격적 개념을 들여오면서 흔히 한국 전통종교인 불교를 위협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종은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대안을 찾지 못해 발생하는 자발적 개종과 다른 종교의 적극적 권유에 따른 외적인 요인에 의한 개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불교계는 개종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자들을 올바로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 미비와 불교의 내부 모순으로 발생하는 개종도 문제지만, 일부 폐쇄적 기독교 기득권층은 ‘신앙간증’ 등의 형태를 빌어 전략적 차원에서 자기 종교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불자들의 개종 사례를 과대포장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적·신앙적 문제를 편향적으로 악용하는 사례지만 ‘믿음과 원력’이 부족한 불자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겪게 한다는 측면에서 방치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박사는“최근 각종 종교인구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비종교인의 신규 유입은 정체되고 있는 반면, 기존 종교인구의 유동 현상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해 불교계가 더 이상 개종문제를 방관만 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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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하나?
한국갤럽이 2005년 5월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의식 설문조사에서 현재 자신이 가진 종교이전에 다른 종교를 믿은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종교인 중 1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인 가운데 개종의 경험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한번 입문하면 가장 오랫동안 신행생활을 계속하는 특징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가톨릭의 경우 최근 폭발적 증가세에 힘입어 신앙기간이 5년 미만인 신도가 17.6%로 가장 높았던 반면, 불교는 81.9%의 신도가 10년 이상 신행생활을 계속해 오고 있었다. 특히 30년 이상 된 불교인구도 32.3%로 다른 종교(개신교 21.3%, 가톨릭 15.2%)보다 월등히 높았다.
종교별로 보면 가톨릭으로의 개종 경험이 28.1%로 가장 높았고, 개신교 14,5%, 불교 13.2% 순이었다.
이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타종교를 믿다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교로 개종하는 경우는 낮았다. 이는 비종교인을 조사대상을 상대로 한 호감도에서 불교가 37.4%로 가장 앞섰던 것과 비교할 때 의외의 결과다.
호감도 조사에서 가톨릭은 17.0%, 개신교는 12.3% 였다. 호감을 느끼는 종교가 ‘없다’라는 응답도 33.0%를 차지했다.
개종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종교인들에게 현재의 종교를 믿기 이전에 무슨 종교를 믿었는지를 물어본 결과, 개신교가 45.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불교가 34.4%, 가톨릭이 14.9%, 기타 5.1% 순이었다.
종교인별로 개종 이전에 믿었던 종교를 보면 △현재 불교로 개종한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종교는 개신교 78.9%, 가톨릭 18.0%. △현재 개신교로 개종한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종교는 불교 70%, 가톨릭 22.9%. △현재 가톨릭으로 개종한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종교는 불교 34.4%, 개신교 59.2%였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2005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개신교로 유입된 개종사례 가운데 18.9%는 가톨릭 신도의 개종이고, 77.9%는 불교 신도의 개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설문조사 결과 모두를 놓고 볼 때 다른 종교에서 불교로 개종하는 사례는 적은 반면, 불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불교인의 개종을 더 이상 방관만 하다가는 교단이 무너질 수도 있는, 작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개종 유혹에 취약한 불교인
개종문제에서 불교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한국인의 종교성향을 들 수 있다.
기독교는 19세기부터 시작된 집요한 선교노력에도 불구하고 태국 스리랑카 부탄 등의 나라에서 단 1% 밖에 개종시키지 못했다. 이들 나라에서 불교는 국민들의 의식과 생활, 삶 전체를 지배하는 특수성 때문이다.
반면,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한국 홍콩 대만 등은 역사적으로 유교 도교 불교 무속 등 복합적·다중적 종교성향이 강해 기독교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종교적 성향은 우리나라 불자들이 개종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불교인 10명중 8명(81.7%)은 “여러 종교의 교리는 얼핏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같거나 비슷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고 응답, 불자들은 종교 간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교회 밖의 구원을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인(53.1%)들과는 상당한 차이 나는 결과다. 이런 결과가 불자들의 타종교에 대한 관용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불자면서도 올바른 신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라면 자칫 개종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또 유일신을 믿으면서 매주 1회 교회에 출석하고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교류하는 등 생활방식 자체가 종교적인 기독교 신도들이 상당수인데 반해, 1년에 한두 번 사찰을 찾으면서도 자신을 불자라고 생각하는 불교인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개신교로 개종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믿음과 원력 없이 막연히 심정적 불자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밖에도 각종 간병·복지·사회활동에서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활동력이 떨어지면서 개종을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인이나 가족들이 신병으로 고통을 당하거나, 개인적 불행과 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때 타 종교인이 손을 내밀어 올 경우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대책은?
불교적 성향을 가진 불교인을 포함한 불자들의 개종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윤승용 박사는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불교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개인적 삶의 가치를 실현 할 수 있는 이상적 종교가 불교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무분별한 개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는 ‘참다운 불자’가 개종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바른 신행을 이끄는 시스템과 지도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불자들의 개종을 막기 위해 확고한 교육체계와 불교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조계종 화엄회가 개최한 포럼에서 사찰경영연구소 ‘살림’의 김관태 대표는 종교인구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불교가 이 시대 한국인들을 이끌 수 있는 이념과 철학을 제시하고 사회적 지도력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스님뿐만 아니라 사회지도급 인사 가운데 모범적이고 존경 받는 불자들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 일부 스님들이 일탈이나 폭력사태 같은 언론 보도는 불자들이 신심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다.
조계종 기획국장 원철 스님은 “개종은 지극히 개인적 성향의 문제”라면서도 “종교외적인(정치 경제 사회적인) 이유로 즉, 생활고나 친분관계 그리고 직업선택과 관련된 문제 등으로 개종하는 사례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불자들의 신행 행태의 개선도 절실하다. 조계종 포교연구팀 고상현씨는 “절대자에 의지하려는 기복신앙의 형태로 불교를 믿거나, 특정 스님을 추종, 단체에 소속되기 위해서 등 외형적 종교 활동에 매몰되는 경우도 불자들의 개종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며 올바른 신도 교육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종경험자 가운데 현재 종교 이전의 종교
불교 34.4% 개신교 45.5% 가톨릭 14.9% 기타 5.2%
현재 불교로 개종한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종교
개신교 78.9% 천주교 18.0% 기타 3.1%
현재 개신교로 개종한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종교
불교 70% 천주교 22.9% 기타 7.1%
현재 천주교로 개종한 사람이 이전에 믿었던 종교
불교 34.4% 개신교 59.2% 기타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