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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뭣꼬’만 외치는 시대는 지났다. 언제까지 공안참구에만 빠져있을 것인가. 가족문제가, 직장문제가, 사회문제가 화두가 돼야 한다. 현대사회에서의 수행의 의미는 8만4천 모든 번뇌를 화두로 삼는데 있다.”
뜻있는 재가불자들이 변화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더 이상 불교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그러나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자기반성’이다.
10월 11일 우리는선우(이사장 성태용) 주최로 열린 ‘재가불자 신행의 과거ㆍ현재ㆍ미래’ 공개토론회는 재가불자들이 스스로 ‘신행 변화’를 외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한 재가단체의 공개토론회에서 나온 얘기지만 현재의 재가불자 위상이나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비춰볼 때 상당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핵심은 ‘신행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과거의 신행이 기복에 치우쳐 있었고, 현재의 신행이 교리와 수행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미래의 신행은 ‘사회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성태용 우리는선우 이사장, 박광서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 김재영 청보리회 지도법사, 윤세원 길벗아카데미 설립준비위원장, 이영철 NGO 미래경영연구소장 등 재가단체 리더들은 이구동성으로 “재가불자들은 이제 스스로의 신행을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자기 수행’을 넘어선 ‘사회 참여’를 제시했다. 이는 곧 신행 패러다임이 ‘자기’에서 ‘사회’로 전환돼야 함을 의미한다.
김재영 법사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안팎의 수행’을 제기했다. 참선과 같은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안으로의 수행’이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의미하는 ‘밖으로의 수행’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용 이사장도 ‘사회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이사장은 “자유 평등 생명 환경 평화 환경 등 우리사회의 공통가치를 지키는 불자로 거듭나야 하며, 연기적이고 사회적인 삶이 불자다운 삶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수행과 생활이 일치돼야 한다. 문제는 수행과 생활을 어떻게 일치시키는가이다. 이는 앞으로 재가불자들이 풀어야 할 화두이기도 하다.
일례로, 욕심을 버리라는 법문을 듣는 불자들은 보통 ‘욕심을 버리고 돈을 벌 수 있을까?’ ‘욕심을 버리고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한다.
윈칙은 맞지만 현실성이 없다.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와 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늘 같은 얘기만 듣는다.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의문에 대해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칙(교리나 수행)과 현실과의 괴리가 그만큼 큰 셈이다.
이에 대해 윤세원 길벗아카데미 설립준비위원장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원칙을 현실로 옮기는 힘(노력)이 부족하다”고 그 이유를 짚었고, 박광서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는 “실천을 도외시하는 잘못된 교육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박 상임대표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얘기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재가 양성돼야 한다. 그리고 그 인재들이 불자들의 의식을 바꿔놓아야 한다”며 재가불자교육의 변화를 강조했다.
“주부로서, 상인으로서의 불교적 삶을 배워본 사람이 있느냐”고 청중에게 반문한 성태용 이사장은 “실질적인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절에서만 생각하고 깨끗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이중성을 벗어나야 하며, 이것이 바람직한 신행이요 사회화다”라고 역설했다.
재가불자들의 삶은 현실이다. 현실의 궁극은 행복이고, 재가불자들이 신행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제는 하나 더 있는 사족(蛇足)같은 교육이 아닌 완성을 향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조계종 前 포교원장 도영 스님은 “이제 재가불자 신행은 사회회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무엇을 나누고, 무엇으로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복(作福)의 신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