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고는 하나 문경의 가을 햇볕은 여전히 뜨거웠다.
사불산 채석장 개발을 결사반대하고 나선 문경불교계와 사불산 인근 지역민들이 10월 12일 오전 10시 점촌역 앞 광장에서 반대집회를 갖고 삼보일배로 문경시청으로 가는 길 또한 참으로 힘겨웠다. 삼보일배를 하는 도중 윤필암 비구니 스님과 묘적암 주지 일초 스님이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보일배를 하면서 채석장 개발반대의 확고한 뜻을 알리고 있는 문경 불교계와 사불산 지역 주민들

2시간 30여 분만에 도착한 시청 앞에는 관계당국자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신현국 문경시장이 모든 일정을 접고 돌아와 주민들을 만나 채석장 불허 요구를 수용할 것을 약속하면서 일정이 마무리됐다.
사불산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농민들이다. 한창 마지막 결실을 수확해야 할 바쁜 시간 모든 생업을 포기하고 시청 앞에 몰려나온 지역민들은 “10년 전에도 채석장 개발로 산이 황폐해져 아직 휴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다시 채석장이 개발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지역민들은 돌가루로 인한 식수오염과 분진피해 등 보이는 피해도 많지만 안보이는 피해는 더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불산채석장 개발반대의 확고한 뜻을 알리며 문경시청으로 향하고 있는 문경 불교계와 사불산 지역 주민들

이번 문경 사불산 자락(호암리 산 142외 5필지) 채석장 개발사업 문제는 문경산업이 지난해 9월 문경시에 채석 허가신청을 접수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문경산업은 주민들의 반대와 진정에 부딪혀 신청서를 자진 반려했으나 이후 일부 주민들을 회유해 동의서를 얻은 후 2006년 2월 다시 문경시에 채석 허가신청을 접수했고, 다시 문경시는 주민들과 스님 등의 반대진정과 자연경관의 보존 등을 위해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문경산업은 문경시의 불허가 처분에 불복해 2006년 4월 경상북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며, 지난 8월 9일 문경시가 패소했다.
현재 문경산업측은 행정심판의 승소를 근거로 9월 19일 채석허가신청을 문경시에 접수하고, 허가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창구리, 호암리 주민과 대승사의 스님들은 이전에 결성했던 사불산 보존 대책위원회를 모태로 가좌리와 대승사 신도들과 함께 2006년 4월 소백산 사불산 채석장 반대 투쟁 위원회(위원장 철산, 이하 투쟁위원회)를 결성해 사불산 채석장개발 결사반대에 나선 것이다.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문경 불교계와 사불산 지역 주민들

이들은 "경상북도 행정심판위원회의 판결이 환경보호와 문화재보호 그리고 주민의 참뜻이 반영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판정"으로 간주하며 경상북도의 안일한 탁상행정에 분개하고 있다.
특히 경상북도심판위원회의 판결문 중 문경산업이 신청한 지역이 923번 지방도에서 400~700m 정도에 위치해 있으면서 가시권내에 위치하고 있는지 여부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으나 문경시의 산림과장이 당초 주장과는 상반되게 답사결과 가시권지역이 아니라는 진술을 함으로서 산지관리법 제 28조 제1항 3호 및 같은 법시행령 제36조 제3항 제4호 다목(지방도 연변가시지역의 경우 500미터 안의 산지)에 따른 법적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투쟁위원회는 △석산 개발을 위한 발파시 일어나는 소음과 분진 등으로 인한 국보급 문화재의 손상 △소음 분진으로 인한 수행도량환경 훼손 △분진으로 인한 인근 잣나무와 소나무의 고사 △지역주민들의 건강에 유해 △국가의 자연보호정책에 위배되는 생태계 파괴와 사불산 지각변동 △묘적암 건축물의 손상위험 등을 이유로 사불산주변의 석산개발을 절대반대 한다며 현재 시청앞에서 시민들의 반대서명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