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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산 위에 펼쳐진 꽃들의 잔치
[108사찰생태기행]소백산 희방사
일반적으로 식물의 수직분포대는 저산대, 산지대, 아고산대, 고산대로 나누어진다. 아고산대(亞高山帶 subalpine zone)는 해발 1천 미터에서 2천 미터 사이의 산을 가리키며, 수평분포대로 볼 때는 아한대에 속에 있다.
삼국시대 국경이었던 백두대간은 소백산-월악산-속리산-민주지산-덕유산-지리산 등의 아고산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변경의 아고산대 산에 국찰(國刹)과 관문(關門)과 산성(山城)들이 집중해 세워졌다.
노각나무 수피

해발 1,439미터인 소백산에는 특히 호국을 목적으로 지어진 신라 고찰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최고봉인 비로봉 아래는 비로사와 용천사, 국망봉(1,420미터) 아래는 초암사와 성혈사, 연화봉(1,383미터) 아래는 희방사가 자리하고 있다. 또, 동쪽으로는 부석사가 자리하고 있다.
소백에 흩어져 있는 절들은 대개 의상대사 또는 그의 문도들에 의해 삼국통일 직후에 창건되었으나, 유독 희방사만은 통일 전에 두운조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부석사 창건(676년)보다 23년이나 앞선 선덕여왕 때 신라가 소백산 지역의 잔존 고구려 세력들을 잠재우기 위해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띠고 창건한 것으로 짐작된다. 호랑이가 등장하는 희방사 창건설화가 그런 유추에 비중을 더해준다.
소백산은 한자로 ‘小伯’으로도 쓰고 ‘小白’으로도 쓴다. 비로사의 진공대사 보법탑비문(眞空大師普法塔碑文) 등에는 ‘小伯山’으로 표기되어 있고, 세종실록지리지 등에는 ‘小白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白’자는 단순한 ‘흰색’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먹을 쥐고 엄지 손가락을 세운 모양이 ‘白’자이니, 바로 ‘첫째’와 ‘으뜸’을 상징한다. 이름에 ‘小’자가 있지만, 생태적으로도 소백산은 결코 작거나 낮은 산이 아니다. 지리적으로도 그렇다. 한줄기로 곧장 남하해오던 백두대간의 방향을 ‘우향우’로 틀어놓은 산이 바로 소백산이다.
먹세줄흰가지나방

희방사의 고도는 해발 1천 미터에 육박한다. 희방사 아래 계곡 주변은 해발 1천미터 미만인 ‘산지대’에 속하고, 희방사 위쪽으로는 ‘아고산대’에 속한다. 같은 산이라도 고도가 다르면 식생에 차이가 나고, 서식하는 곤충들의 종류도 달라진다.
희방사 생태탐방은 희방사를 중심으로 2구간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주차장이 있는 집단시설촌에서부터 희방사까지를 제1 구간으로, 희방사에서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까지를 제2 구간으로 설정하여 6월과 9월 두 차례에 생태모니터링이 이루어졌다.
매표소를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으로는 산허리를 굽이굽이 도는 찻길이 희방사까지 이어져 있고, 왼쪽으로는 희방계곡을 끼고 자연관찰로가 희방사까지 나 있다.
희방계곡의 물은 소백산 연화봉에서 발원하여 희방사 앞을 지나 희방폭포을 만든 후 풍기-영주로 내려가 내성천에 합류된다. 내성천은 예천 지보에서 낙동강 본류를 만나 흡수된다.
자연관찰로를 따라 희방사까지는 약 2킬로미터, 이 구간은 거의가 낙엽활엽수숲이다. 숲에도 남성과 여성이 있어서, 수종이 한두 종으로 된 단순림은 남성의 숲으로 보고, 여러 수종과 풀꽃들이 어울어진 혼효림을 여성의 숲으로 본다. 라틴어에서도 남성적인 숲을 ‘bios’라 하고, 여성적인 숲을 ‘foret’라고 한단다.
이 구간의 함박꽃나무, 야광나무, 쪽동백, 때죽나무, 병꽃나무, 말발도리, 물참대, 고추나무, 산사나무, 음나무, 찰피나무, 팥배나무, 층층나무 등등은 1차 탐방 때 아름다운 꽃들을 보여주던 목본들이다. 이러한 낙엽활엽수들은 다층으로 혼생하면서 천이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을 보여준다. 침엽수로는 소나무와 식재한 잣나무들이 관찰되고, 외래종으로는 아까시나무가 있다.
이 지역 숲의 특징으로는, 노각나무 군락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이 지역은 노각나무 자생지의 최북단지역으로, 약 2천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각나무는 나무 껍질이 사슴 뿔과 비슷하다고 해서 ‘녹각(鹿角)’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음운이 변하여 ‘노각’이 되었다. 노각나무는 습기를 좋아해서 주로 계곡 주변에서 많이 관찰된다. 공해에 강하지만, 성장속도가 느려서 가로수나 조경수로는 적당하지 않다.
남색초원하늘소

제1 구간에서 가을꽃을 피우고 있는 초본류로는 물봉선 군락, 노랑물봉선, 층층잔대, 주름조개풀, 고마리, 진범, 흰이질풀, 눈괴불주머니, 멸가치, 짚신나물, 참취, 고마리, 꽃며느리밥풀꽃, 배초향, 이고들빼기 등이 관찰되었다.
진범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 초가을 깊은 산 습한 곳에서 자주색 꽃을 피운다. 키가 80센티까지 자라며, 검은색의 굵은 뿌리줄기를 땅속 깊이 내리는 맹독성 식물이다. 꽃은 자주색이며, 투구처럼 생겼다. 5장의 꽃받침이 마치 꽃잎처럼 보인다.
6월 조사에서 나타난 희방사에서 시설촌까지의 제1 구간에서 나타난 딱정벌레 종류로는 남색초원하늘소, 각시하늘소, 하늘소, 하늘소붙이, 거위벌레, 긴알락하늘소, 다색풍뎅이, 아무르하늘소붙이, 잎벌레, 청동방아벌레, 대유동방아벌레, 방아벌레, 빗살방아벌레, 털보바구미, 분홍거위벌레, 단풍뿔거위벌레, 가짜무당벌레 등이 관찰되었다.
나비 종류로는 네발나비, 어리세줄나비, 산줄점팔랑나비, 푸른부전나비, 흰줄흰나비, 큰자루긴수염나방, 까치물결자나방 등이 관찰되었다.
제1구간은 딱정벌레류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혼효림이지만,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의 왕래가 잦아서 몸집이 큰 곤충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하늘소 종류들도 몸집들이 모두 고만고만하다.
남색초원하늘소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3백여 종의 하늘소 가운데 한 종류로, 이름과는 달리 크기가 2센티미터에 불과하다. 봄에서 여름 사이에 많이 관찰된다. 성충의 특징으로는 몸이 길쭉하며, 전체적으로 짙은 남색을 띠며, 등쪽에 검은 털이 쑹쑹나 있다. 더듬이 몸 길이의 2배나 되고, 더듬이 마디에 털뭉치가 듬성듬성 나 있다.
경북 풍기에서 바라본 소백산

가을 조사에서 나타난 것으로는 먹세줄흰가지나방이 있다. 날개를 편 길이가 3센티 가량 되며, 주로 깊은 산지에서 관찰된다. 몸과 날개는 흰색이며, 앞날개에 갈색의 비스듬한 세로줄 무늬가 3개 있다. 뒷날개에는 암갈색에 주황색이 섞인 2개의 비스듬한 선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일본과 대만지역에서만 서식한다.
희방폭포 못 미친 곳에 몇 해 전까지 상가들이 있었으나, 아래 시설촌으로 모두 철거되고 현재는 작은 연못과 야생화 화단이 조성되어 있다.
화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는 희방사 전용 시멘트 도로가 나 있고, 직진하면 희방폭포를 거쳐 희방사로 가는 계곡로이다. 폭포가 있는 계곡로는 울창한 숲길이라 음습한 데 비해 자동차 찻길 주변은 햇볕이 들어서 양명하다.
돌계단과 다리를 지나면 왼쪽으로 희방폭포가 높이 28미터의 위용을 드러낸다.
소백산은 지리산과 함께 기반암의 노출이 적은 평탄한 구릉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대표적인 육산이다. 기암절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계곡 주변에서 겨우 바위들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소백산의 지질은 화강암질 편마암과 화강암으로 크게 나누지는데, 희방계곡 일대는 대부분 화강암질 편마암이다. 특히 희방폭포 주위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다.
물보라로 습도가 높은 희방폭포 주변은 음이온이 가장 왕성한 지역이다. 음이온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립자로, 전기를 띠고 있다. 폭포가 있는 계곡이나 파도가 있는 해변에서 상쾌함을 느끼는 것은 건강에 좋은 음이온 때문이다. 음이온을 마시면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활력을 증진시키며 피를 맑게 하여 ‘공기의 비타민’으로 불리기도 한다.
희방폭포

작은 물까마귀 한 마리가 철다리 아래로 쏜살같이 몸을 숨긴다. 소백산의 조류상은 82종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여름과 가을 두 차례의 조사에서 관찰된 조류는 노랑할미새, 물까마귀,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딱새, 어치 등 모두 합쳐서 10여종에 불과했다. 평일에도 끊어지지 않는 등산객들과 관광객의 발걸음 때문에 희방사 주변의 조류상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희방사는 지명도에 비해 사역(寺域)이 좁은 편이다. 식생조경으로는 이렇다할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경내외에 붉나무, 소나무, 층층나무, 고로쇠, 물푸레, 생강나무, 참느릅, 호랑버들, 쪽동백, 느티나무 등 자생 목본이 있고, 조경으로 심은 목본으로는 전나무, 주목, 단풍, 수국, 벚나무 등이 있다.
희방사에서 연화봉까지는 1시간거리이지만, 초입에 해발 1050미터의 깔딱고개가 있어서 숨이 가쁘다. 소백산에다 케이블카를 놓자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것도 바로 이 깔딱고개 때문이다.
깔딱고개로 오르다보면 지난 여름의 집중호우 때 생긴 산사태가 곳곳에 보인다. 임시방편으로 마대를 덮어서 토사가 더 이상 유출되지 못하도록 해두었다.
깔딱고개를 지나 연화봉에 이르는 구간은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희방사-깔딱고개-연화봉에 이르는 구간에 투구꽃, 눈괴불주머니, 물봉선, 노랑물봉선, 가시여뀌, 송장풀, 승마, 가는장구채, 까치고들빼기, 까실쑥부쟁이, 정영엉겅퀴, 단풍취, 오리방풀, 꼭두서니, 참취, 진범, 흰진범, 구절초, 쑥부쟁이, 미역취, 돌양지꽃, 바위떡풀 등이 꽃을 피우고 있다.
가을꽃 하면 국화과가 대부분이다. 국화를 제외하고는 투구꽃이 돋보인다. 중부 이북의 깊은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덩굴도 아닌 줄기는 다른 물체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1미터나 자란다. 잎은 둥그스럼하며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져있다. 이름 그대로 투구를 닮은 꽃은 보라색이며, 뿌리에 강한 독을 지니고 있다.
이 구간 안에 기록해둘 만한 것으로는 수령이 20년 안팎되는 신갈나무 군락이 있다. 특히 깔딱고개 주변은 단순림이라해도 좋을 만큼 무성한 신갈나무숲이다.
신갈나무는 다른 참나무에 비해 비교적 높은 산에 잘 자라므로 능선 부근에서 많이 나타난다. 잘 자란 것은 키가 30미터에, 직경이 1미터까지 자란다. 나이가 들면서 나무 껍질이 세로로 갈라진다. 잎은 자루가 없고 생긴 모양이 떡갈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얇은 편이다.
연화봉이 가까워지면서 신갈나무와 철쭉이 바톤터치를 한다.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에는 자연관찰로가 있다. 연화봉을 지나 비로봉까지는 4킬로미터 남짓하다. 이 구간은 ‘천상의 화원’으로 불려지는 야생화 초원지대로, 역시 말잔등처럼 부드러운 능선길이 나 있다. 이처럼 1천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부드러운 구릉으로 이어지는 지형을 고위평탄면(高位平坦面)이라고 한다. 소백산의 고위평탄면은 백두대간이 형성되기 이전의 모습이라고 한다.
아고산대 정상과 능선 주변은 어디나 바람이 세고 안개가 자주 끼며 기온 변화가 심해서 식물의 생장에 부적합하다. 소백산을 일컬어 ‘바람의 산’이라고 하는 까닭도 겨울철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강한 북서풍의 영향 말고도 주능선에 숲이 없어서 바람을 더욱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곳에 소백산 주목이 살고 있다.
박봉영 기자 | bypark@buddhapia.com
2006-10-13 오후 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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