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 9월 14일자에 제인 램프만(Jane Lampman)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불교’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 따르면 불교는 기독교·유대교와 이슬람에 이어 미국에서 네 번째로 신도수가 많은 종교이며 다른 종교의 쇠퇴와 달리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종교인구 조사’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00년에 이르는 10년 사이에 미국 내 불교도 숫자가 170% 증가했다. 위 ‘조사’에서는 2004년 미국 내 불교도가 150만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부에서는 300만 명에 가깝다고 추산한다. <미국불교(Buddhism in America)>의 저자인 리처드 시거(Richard Seager) 교수는 “150만 명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한다.
시거 교수는 미국 불교 신자의 3분의 2 정도는 아시아 출신의 이민자들이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새롭게 불교로 개종한 현지인이라고 본다.
그러면 미국 사람들을 불교로 끌어들이는 매력은 무엇일까?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선불교 붐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 불교의 급상승을 가능케 한 것은 달라이 라마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이와 더불어 ‘전도를 위해 사람들에게 광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방식’이 미국인들의 합리적 성격에 부합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출신의 티베트 라마승인 수리야 다스(Surya Das)는 “미국인들은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스님과 같은 불교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억지로 개종시키려 하지 않고, 세상에 무엇인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대규모 사원을 짓지 않고, 오늘날 꼭 필요한 화합과 평화를 이룩하는 방법 그리고 지혜를 전해줍니다. 서양 종교에서 강조한 적이 없었던 영적 수행법을 제시하는 것이 사람들을 불교로 끌어들이는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소극적인 듯 보이는 방식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이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많은 우리 스님들이 교포를 대상으로 한 절을 세워 활동하여 일정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현지인들에게까지 범위를 넓히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있다.
우리 스님들 중에는 달라이 라마가 움직이는 곳은 세계 어디에서든 열광적인 환영을 받고 불교 붐이 일어나는 이유를 그 분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이는 세상 흐름을 모르는 어리석은 진단,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비불교도들에게서도 존경을 받는 틱 낫한 스님의 경우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듯이, 해외 포교는 대규모 종단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고국을 떠나 정치적 망명길에 나서야 했던 두 스님에게서 증오·복수 등의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용서·평화·화합과 같은 맑고 향기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교 자산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싸지(Assaji) 비구의 맑고 평화로운 얼굴을 보고 “저 분의 스승이라면 생사의 번뇌를 끊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며 결국 부처님의 상수제자가 되었던 사리불과 목건련 존자의 출가인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해외 포교를 실천하거나 계획하는 분들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종단이 나서서 국제포교를 강조하고 해외 사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도 물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 불교의 급상승 배경을 잘 살펴본다면, 맑은 수행자 상을 세우는 것이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깨닫게 될 것이다.
[연재]이병두와 함께 읽는 오늘의 세계불교[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