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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아파트촌의 그늘에 가린 판자집에 누워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대한적십자사 불교봉사회(회장 박추자) 봉사자들이 할머니를 일으켜 세웠다.
대한적십자사 불교봉사회의 단위회인 하나단위회(회장 심금조)의 한정자(50), 배운자(60) 봉사자. 지금 이들은 할머니에게 새 생명을 준 은인이 되었다.
“맨 처음 할머니 집에 와보고 너무 놀랐다”는 한정자 봉사자는 “상위에 먼지가 3cm 두께로 쌓여있고 그 위엔 곰팡이까지 피어있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장마철이라 지붕에서 새어 들어온 빗물에 흠뻑 젖어있는 요위에 할머니는 누워 있었다. 방안의 모든 가재도구를 들어내고 곰팡이가 덮여있는 물건들을 치우는데 며칠이 걸렸다.
죽을 끓여 할머니의 기운 회복을 도우며 일주일에 두 세 번씩 꼬박 꼬박 찾아왔다. 하루가 멀다하고 안부 전화를 드리고, 비가 오면 할머니 집을 먼저 걱정할 정도가 됐다. 한달에 한번 목욕탕에도 같이 가고 시장을 보러갈 때도 할머니를 부축해 함께 다녔다. 외로움과 무관심속에 죽음을 생각하며 술로 세월을 보내던 할머니는 술 대신 밥을 끊여 먹으며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요즘은 경로당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
아직 비가 올 때마다 새는 지붕이 큰 걱정거리지만 무허가집인데다 집주인이 따로 있어 수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수리하다 집이라도 무너지면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지붕 때문에 걱정을 하던 배운자 봉사자는 “그래도 요즘 할머니 생활은 확 달라졌다. 밥솥에 밥이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 할머니 집에 쌀 들고 올 때가 우리 집에 쌀 살 때 보다 더 즐겁다”고 봉사의 보람과 기쁨을 들려줬다.
“할머니, 차례상 차릴 장 보러 언제 갈까요? 목욕하러 같이 가셔야 하니까 내일은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세요.” 봉사자들과 이런 저런 계획들을 세우는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슬며시 지나간다.
“내가 다시 살아났죠. 모두 고마운 봉사자들 덕분이지. 고맙고 미안하고. 이제 봉사자들 일손 좀 들려고 불편한 몸이지만 조금씩 방 청소도 하고 그래요.”
대한적십자사내의 유일한 불교봉사조직인 불교봉사회의 이러한 활동은 대한적십자사가 지원하는 1,000세대 중 우수 사례로 뽑혀 적십자사 회보인 ‘인정의 샘터’에 소개됐다.
박추자 대한적십자사 불교봉사회 회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자비행은 먼데 있지 않다”며 “어려운 분들에게 손을 내밀어 마음을 나누는 일에 보다 많은 불자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원력 하나로 봉사현장에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