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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과 불교 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공연예술이 속속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10월 7~29일 서울에서 열리는 ‘2006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26작품 가운데 불교소재 연극 을 두 편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희단거리패의 ‘아름다운 남자’와 극단 완자무늬가 선보이는 ‘선(禪)’이 바로 그것.
이윤택씨의 극 ‘아름다운 남자’는 고려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삶을 선택하는 세 학승의 운명과 사랑, 팔만대장경 조성기를 그린 작품으로 2006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이다. 20~22일 서울 드라마센터(02-745-3966)에서 공연된다.
깨달음을 찾아가는 선승들의 고뇌를, 사무엘 베케트가 쓴 ‘고도를 기다리며’의 기다림과 조우시킨 ‘선’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주최측이 EBS와 함께 기획한 ‘라디오 희곡 읽어주기’ 코너에 7일 소개되는 등 주목받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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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들의 엽기적인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인간 삶에 대해 불교적 성찰과 깨달음에 대한 열망으로 인생의 고민을 풀어나간다. 25~27일 서울 드라마센터에서 무대에 오른다.
연극만이 아니다. 이미 무용계는 더 큰 폭으로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무용계에서는 “동양의 사상을 몸으로 표현해내는 아시아의 무용가가 미래의 무용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수많은 유럽 공연단이 일본 중국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을 아주 매력적인 공연무대로 생각할 뿐 아니라 일본 중국 한국 무용수 들의 유럽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10월 10~25일 서울서 열리는 제9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시댄스 2006’은 아시아 전통에 눈을 돌리는 유럽 무용의 경향을 보여준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올해 5월 서울서 열린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 2006’에서 미국의 ‘쉔 웨이 댄스 아츠’는 불교의 선(禪) 사상을 현대무용과 조화시킨 ‘폴딩’으로 전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정 중 동의 절묘한 배합이라는 찬사를 얻었던 ‘폴딩’은 미국인의 시각에서 동양의 선사상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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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 네트워크 ‘APPAN’의 제7회 ‘APPAN-명상치유 공연예술 축제와 심포지엄’에서는 아시아 지역 명상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선옥 교수(포천중문의대)의 선무를 비롯해, 범패 작법, 승무 등은 아시아 각국의 춤과 자리를 같이 했다.
이선옥 교수가 창시한 ‘선무’는 불교와 무용의 만남이 어떻게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 교수가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록펠러 재단 내 공연그룹인 아시아소사이어티를 이끌면서 선무용을 창안한 이후 1980∼90년대 미국에서만 300여회 공연을 하는 등 선무는 미국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뉴욕 무대의 호평은 파리를 근거로 유럽무대에서 선무용을 알렸을 때도 이어졌다. 이 교수의 ‘선무’는 안무의 내용이 1996년 링컨센터 도서관에 영구 소장되는 성과를 올렸다.
7월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가 세계적인 무용축제 오스트리아 탄츠 좀머 페스티벌에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김향금 창원대 교수가 이끄는 코리아나예술단이 영산재를 공연예술로 승화시킨 ‘니르바나’로 탄츠 좀머 페스티벌에 한국 무용팀으로 첫 발을 내디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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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SIDance 2002’에는 에밀레 종의 전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댄스 뮤지컬 ‘신 에밀레’가 선 보여 화제였다. 교방 살풀이, 영남춤, 승무, 선무도, 탈춤, 한량무 등을 기본으로 새로운 시공간의 춤이 서구의 움직임과 다양하게 접목시킨 ‘신 에밀레’는 댄스 뮤지컬이라는 새 장르를 이어갈 것이라고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이렇듯 최근 불교문화ㆍ사상이 공연 소재로 활용되는 일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만이 불교 소재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세계의 문화 생산자들이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현대무용의 대모’ 카를린 칼송(63)은 지난 7월 창무회 김매자씨와 합작공연 준비를 위해 내한한 자리에서 “불교적이며 영적인 지향, 내면을 추구하는 것과 선 사상 등 동양의 가치에 유럽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사상에 대해 동양과 서양이 서로 다른 기교로 동작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 궁극의 목표는 병든 세상을 치유하는 춤을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불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쉔 웨이 댄스 아츠’가 동양의 선사상을 기반으로 ‘폴딩’을 선보인 것처럼 미국 유럽에서도 불교 사상은 구미당기는 작업 소재임에 분명하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으로 불교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토대는 다져지고 있다. 이제 불교 공연예술의 세계화를 위해 불교계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