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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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눕고…“온몸으로 영어해요”
[시방세계]봉은사 영어 뮤지컬 프로그램
9월 24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봉은사(주지 원혜). 교육국장 선업 스님이 보우당에 올랐다. 시간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저질러놓은’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이 잘 되어 가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봉은사 보우당에서는 여느 법당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이 법당에 누워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댄다. 법당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도 있고, 춤을 추기까지 한다. 부처님을 모신 법당에서….
영어뮤지컬 시간이 되면 엄숙하기만 하던 보우당이 상상력 가득한 놀이터로 변한다.

온 법당을 누비던 모습은 간데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아이들.
“I’m a caterpillar. Munch Crunch. I’m getting bigger.”
애벌레가 된 아이들 각각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애벌레의 동작이라며 법당을 기어 다니는 용준(거원초교 5년)이, 하늘을 보고 드러누운 근준(청담초교 6년)이, 화분에서 곱게 자란 나뭇잎을 갉아 먹는 흉내를 내는 경란(아주초교 5년)이….
아이들은 똑같은 자세로 누워 있으면서도 서로 자신이 진짜 애벌레 같다고 으스댄다.

# 엄숙한 법당이 상상놀이터로
상상력을 키워주는 연습을 하는 이 아이들은 다름 아닌 영어와 표현력, 상상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다. 그것도 뮤지컬로 영어를 습득하는 일종의 집체 프로그램이다.
발성과 춤, 연기까지 연습해야 하는 뮤지컬은 법당을 아이들의 상상놀이터로 바꾸어 놓았다. 아이들의 발칙한(?) 행동을 뒤에서 지켜보는 선업 스님의 표정에는 흐뭇함이 배어있다.
아이들을 두 조로 나누어 줄넘기 실력을 겨루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보우당 벽화에서 힌트를 얻어 지은 이름인 청룡팀과, 근준이가 조장이 된 포켓몬스터팀은 팀원의 힘을 모으기 위해 작전을 짜면서 금새 친해졌다.
누가 더 애벌레를 닮았나? 바닥에 누워 기어다니는 동작을 하며 아이들의 상상력은 커져만 간다.

실력 견주기에 앞서 연습시간, 조장 원일(봉은초교 6년)이의 구령에 맞춘 청룡팀이 우세했다.
그러나 실전에선 포켓몬스터팀이 이겼다. 팀원들의 실수를 비난하던 포켓몬스터팀이 서로를 격려하며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의 마음이 어느새 열려 있었다.
봉은사의 ‘어린이 영어 뮤지컬’은 전국 사찰을 통틀어 최초로 시도된, 뮤지컬을 통한 영어배우기 프로그램이다. 처음인 만큼 힘든 일도 많았다. ‘도심사찰로서 어린이 영어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당위성과 사명감으로 시도는 했지만,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영어 뮤지컬 프로그램인 탓에 선택의 폭이 좁았다. 사찰에서 지도할만큼 영어와 뮤지컬에 능통한 인재찾기가 힘들었던 것. 게다가 아이들이 모이지 않으면 그 또한 아니 함만 못한 일이 될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에 가까웠다. 프로그램 운영업체인 ‘기획컴퍼니 교하’에서 불자인 노영화씨를 만났고, 30명 정원을 훨씬 초과해 50여 아이들이 신청서를 냈다. 불자들의 호응에 한껏 고무된 봉은사는 레벨 테스트를 거쳐 40명을 선발하고 9월 10일부터 내년 2월 25일까지 6개월 과정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노영화씨와 2명의 뮤지컬 배우, 어린이법회 지도교사까지 총 4명의 선생님이 6개월 동안 영어, 춤, 노래, 글쓰기, 연기를 지도한다.
봉은사의 ‘어린이 영어 뮤지컬’은 어린이법회 참석자가 많아지는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어린이법회에도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와 함께 사찰에 오고 싶어 하는 어머니들의 욕구를 미약하나마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봉은사로서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 어린이법회 참석자가 늘었어요
선업 스님은 “도심사찰은 아이 때문에 부모들의 신행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충을 풀어줘야 한다”며 어린이 영어 뮤지컬 프로그램 외에도 놀이방·도서관 운영을 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선업스님은 도심사찰이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늘 고민한다.

일반적인 영어 뮤지컬 프로그램은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영어교육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봉은사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영어 실력 외에도 창의력과 표현력, 협동심을 길러주는 본래 취지를 한껏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봉은사는 6개월 과정이 끝나는 날 아이들의 뮤지컬 공연을 무대에 올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공개할 계획이다. (02)3218-4821~8

사찰 영어 프로그램 ‘인기’
서울 봉은사 외에도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을 열어 신도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사찰이 몇 곳 있다.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은 매주 일요일 오전에 무료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영어반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레벨테스트를 통해 적합한 수준의 반으로 편성되며 수업은 영어회화 위주로 진행된다.

대전 지역에서 불교영어 ‘붐’을 일으킨 대전 자광사 국제선원 불교영어학교도 지역사회에서 유명하다. 영어권 원어민 강사가 이끄는 토론식 수업 80분 동안 우리말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불교영어법회를 열어 인근 주민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김포 용화사는 현재 사찰이 재건축 공사에 들어가 잠시 법회를 쉬고 있다. 내년부터 다시 영어법회를 열 계획이다. 대신 12월부터 1월 사이에는 호주로 떠나는 ‘제3회 불교어린이영어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소내용시간문의
서울 화계사국제선원 어린이영어반매주 일요일 오전 8~10시(02)900-4326
서울 금장사방과후공부방영어교실월~금요일 오후 5시(02)395-0042
김포 용화사제3회불교영어어린이연수12월 말~1월 초(031)984-3234
대전 자광사불교영어학교1ㆍ2ㆍ3주 일요일 오전 10시, 오후 1시(042)822-9220
포항 죽림사영어회화 특별교실매주 토요일 오후 2시(053)247-4688
부산 홍법사놀토 영어연극2ㆍ4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051)508-0345

글=박봉영ㆍ이은비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2006-09-30 오전 3:22:00
 
한마디
언어를 배운다는건 단순히 말과 글을 배우는게 아니라 그 언어를 쓰는 나라와 민족의 역사 문화 생활양식 가치관 국가관 세계관까지 같이 배우는 겁니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들이 자기나라 말을 보존하려고 하는것도 이때문입니다.자기나라 말을 뺏기는건 곧 자기민족이 없어지는 거고 침략국으로 완전히 동화된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볼때 한국인이라는 가치관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원어민 영어를 가르치는게 자칭 한국불교 선종수사찰에서 바람직한 일인지는 다같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강남이라는 사찰위치지역의 유행을 따라하든,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맹종하든, 고민이 없습니다.
(2006-10-02 오전 9:20:09)
158
영어를 배운다는 게 미국식 가치관 주입이라는 건 비약 같군요. 사찰에서 방과후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것은 교육측면에서나 포교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프로그램이 영어일 뿐이지요. 봉은사 저 스님은 협동심이나 창의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계신 것 같아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2006-09-30 오후 9:15:27)
156
미국식 영어교육을 무분별하게 수입해서 아직 정체성도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미국식 가치관(불교와 180도 정반대인 이기주의 물신주의 낭비주의 배타주의 정복주의 등등...)을 주입시키는게 다른곳도 아니고 한국불교의 대표적 전통사찰에서 해야하는 일인지요? 아무런 고민없이 단지 사찰이 위치한 강남이라는 지역의 유행을 그대로 따라가는건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2006-09-30 오후 6: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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