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조각하는 마음은 내 내면의 부처님을 끄집어내서 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스승 우일 스님께 배웠습니다. 조선시대 불모 계보를 유일하게 잇고 있는 문도에서 5대째 불모의 길을 걸어가는 저에게는 이번 ‘문수 목각탱’ 불사가 또다른 ‘성장’의 계기입니다.”
15세부터 조각에 입문해 40여년 한 길을 걸어온 불모 허길량씨. 지난 2년 동안 오대산 중대 사자암에 봉안할 문수목각탱 작업을 최근 마쳤다.
“목조각이기 때문에 법당에 안치한 후 현지의 기온 습도 등으로 나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고 칠을 하는 과정이 남았다”는 허길량씨는 “내 생애 이런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전통 후불목각탱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천불전을 목각탱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비로자나불과 문수ㆍ보현보살 뒤에는 꽃비 내리는 사라쌍수를 부조로 조각해 배치할 예정이다. 천불을 대신하는 문수목각탱에 이어 현대적인 후불탱을 조성한 것이다.
“40년 가까이 부처님을 조각해왔지만 전통은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허길량씨는 “상단의 문수보살은 전통의 부처님 상호를 그대로 따르고 하단의 문수동자는 이 세상의 즐거움을 표현하며 좀더 자유롭게 구성했다”고 밝힌다.
그래서일까. 상단 문수보살이 불보살의 세계를 장엄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면 하단 문수동자는 천진난만한 동자와 오리 학 게 거북이 등 동물들과 연꽃 등이 자연스럽게 조각됐다.
부조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등쪽이 뒷면에 붙어 있기 때문에 일반 조각칼로는 등쪽 조각을 할 수가 없어서 조각칼을 휘어서 새로 만들어서 작업했다”는 설명이다.
1977년 한국불교미술대전에서 천수천안관세음보살 목각탱으로 대상을 받은 이래 여러 사찰에서 후불목각탱을 조성했다. 신중탱 칠성탱 등 그동안 작업해 온 후불탱들은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으로 지정된 그의 저력은 기본에 대한 충실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 정성에 있다.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에 맞는 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허길량씨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문수목각탱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렵지만 100년 200년 후에 이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시대적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