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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병문안을 온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주제는 어김없이 어린이 포교다. 옆에서 간호를 하던 남편 이동원씨가 “좀 살만 하니까 바로 또 시작이네요. 저래야 정상이지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10월 21일 어린이 포교 전진대회 앞두고 있는데다, 대불어 창립 20주년 행사가 11월로 계획돼 있고, 동화구연대회 등 행사가 줄줄인데 이렇게 누워있으니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하죠.”
남편 이씨가 업무용 전화기를 압수했지만 소용이 없다.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21년 동안의 어린이 포교 데이터와 열정은 최 국장의 생명이고 호흡 같은 것이니까.
어린이 법회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는 선배들이 좋아 무작정 어린이 포교에 뛰어들었다는 최미선 국장.
지금은 어린이 포교와 자신의 삶을 분리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지만, 첫째 아이를 낳고 힘들어서 포기할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현장을 떠나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놓쳐 버릴 것 같아 아이를 사무실에서 키우다시피 하며 고비를 넘겼다.
대불어 사무국장으로 부산은 물론 전국의 어린이 포교에서 실무를 관장하고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최 국장은 아직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최 국장에겐 밥과 같은 에너지를 준다. 1, 3주 일요일에는 금화사초등학교, 노는 토요일에는 금정포교원에서 법회를 맡고 있다.
이번에 수술로 병원에서 뜻하지 않은 첫 휴가를 보내기 전에 휴가는 꿈도 못꾸었다. 올해 처음으로 아이들과 가족 여행을 다녀왔을 정도. 수술로 생사를 넘나들 때는 정작 두 아들에게 가장 미안했다고 한다.
밤늦은 회의에 날이면 날마다 늦는 아내의 건강을 염려해왔던 남편에게 이번 수술로 또 한번 할말이 없어졌다. 그러나 남편은 오히려 “살아나기만 하면 원하는 것 마음껏 하고 살게 해주겠다고 했으니 어린이 포교 원없이 하도록 도와야겠다”며 웃어보였다.
“가족들의 이해속에서 많은 아이들을 부처님 품속에 들어오게 할 수 있어 고맙고 기쁘다”는 최 국장은 “내가 어린이 포교를 하면서 배우고 받은게 너무 많아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설법과 교리> <어린이 찬불가> <어린이 법요집> <어린법회 지침서> 등 어린이 포교 관련 많은 책을 정리했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도 머리 속에 있는 노하우를 정리하는 것으로 정해놓았다.
“내가 없어도 모든 일이 돌아가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어린이 포교가 튼실한 뿌리를 내리도록 하고 싶어요.”
퇴원을 하는대로 또 다시 어린이 포교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최미선 국장. 병원에 누워서도 한순간도 포교 현장을 떠나지 않는 최 국장의 얼굴에 불교의 밝은 미래가 오버랩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