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의 조계종 사찰들이 법인 형태의 ‘미주승가회’를 결성하고 조계종 ‘해외특별교구’의 모체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지인 포교 활성화와 사설 사암의 창건주 입적 후 재산 망실 등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만나서는, “재산관리나 행정지도 등 조계종의 관리 감독을 받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장 스님은 “미주승가회의 제안과 사업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귀가 딱 들어맞는 답이다. 그러나 지극히 옳은 답이 대부분 그렇듯, 현실적 실현 가능성과는 무관해 보인다.
포교 활성화와 삼보(三寶) 정재(淨財)의 호지라는 동기와 명분을 보면, ‘조계종의 관리 감독을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해도 역시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는 명분’에 가려진 몇 가지 문제점을 검토해 보는 것으로 ‘미주승가회’ 결성을 축하하고자 한다.
먼저 향후 해외특별교구로 승격됨을 전제로 조계종의 관리 감독을 받겠다는 그 ‘전제’가 성급해 보인다. ‘미주승가회’가 ‘해외특별교구’로 지정되는 것이 ‘승격’인지도 따져볼 문제지만, 본말이 전도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형식으로 내용을 규정받자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조계종이라는 우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먼저 스스로 우산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 숭산 스님이 세운 홍법원이나 한마음선원의 미주 지원처럼 독자적으로 포교 기반을 구축한 사찰이나 단체가, ‘등록과 동시에 재산권과 인사권, 감사권이 미주승가회에 귀속되는’ 것에 흔쾌히 동의할 것인가 하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 단계부터 ‘해외특별교구’라는 형식을 고집하지 말고,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에 입각한 협의체 성격으로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둘이서 함께 가지 말라”고 한 부처님의 전법 선언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
불교에서 포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주에 있는 사찰 하나하나가, 위법망구(爲法亡軀) 정신으로 ‘거룩한 삶’의 모범을 보일 때, 현지인 포교는 물론 ‘해외특별교구’ 설립도 여법하게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