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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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典, 그 넓고 깊은 세계로
[시방세계]봉선사ㆍ현대불교 공동주최 '강설대법회' 입제하던 날
입제식에는 지관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월운 스님(봉선사 조실) 철안 스님(봉선사 주지) 등 15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과연 선(禪)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일까? ‘불립문자’라야 ‘견성성불’일까?
이 시대 최고의 강백(講伯)들이 이 말에 일침이라도 가하듯 산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사부대중과 만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의 높고 깊은 경지를 대중에게 쉽게 전하기 위해서다.
그 첫 만남이 9월 16일 오후 2시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 설법전에서 있었다. 봉선사(주지 철안)와 ‘현대불교(사장 혜월)’가 공동으로 마련한 ‘경전수행을 통한 깨달음-10대 강백 초청 강설대법회’에는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봉선사 주지 철안 스님,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석우 남양주 시장과 봉선사 신도, 지역주민, 타지역에서 온 불자 등 1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지관 스님은 법상에 오르기전 행사 진행자들에게 “서서 강의하겠다”며 ‘칠판과 분필’을 요구해 잠시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러나 그 요구가 ‘운허 스님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월운 스님 앞에서 법상에 오르기 어색해서 그러시는 것’임을 간파한 봉선사 스님들은 더 정중한 예를 갖추어 지관 스님을 법상에 모셨다. 청중들은 1부 입제식에서 월운 스님이 “종단의 수장으로 매우 바쁘신 와중에도 지관 스님이 법문해 주시는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한 말을 기억하며 두 원로스님들의 우정을 큰 박수로 찬탄했다.
한 비구니 스님이 지관 스님의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메모하고 있다.

“참선만 한다고 해서 견성성불 오도해탈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전 속에 성불하는 참진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교종은 이번 법회에 긍지를 갖고 위축되지 말아야 합니다. 경전에 의지해 수행해서 깨칠 수 있는 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포교와 중생교화에 목적을 둔다면 경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루 다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봉선사 강설대법회의 첫번째 강백으로 법상에 오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법석에 올라 가장 먼저 “조실스님께서는 방으로 가 쉬시고 김문수 도지사께서도 공무에 바쁘실테니 가셔도 된다”고 말해 청중의 박장대소를 이끌어 냈다. 한바탕 웃음뒤에 법석은 다시 숙연해졌고 지관 스님은 경전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법문을 시작했다.
지관 스님은 법문 서두에서 <금강경> 번역과 관련된 많은 연도와 역경자를 정확히 기억해 ‘대강백’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집에서 가장 많이 독송하는 것이 <금강경>인데 여지껏 입으로만 독송했지 이렇게 심오한 사상이 들어 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의미를 곱씹으며 독송하면 기도도 잘 될 것 같아요.”<김정은·37·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설법전에 입장하지 못한 불자들은 밖에 설치된 대형 빔프로젝트를 통해 법문을 경청했다.

법문을 들으며 <금강경>이 한층더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고 한 거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70대 한 노보살은 두꺼운 돋보기 너머로 열심히 스님의 법문 받아 적는 사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법문 듣는 것도 일종의 수행 정진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메모하고 여러 번씩 읽고 생각해야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공부하는 것도 참선 못지않은 중요한 수행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전의 맛을 조금 안 대중이 자만심에 빠지지 않도록 경책하려는 듯 지관 스님은 법문 마무리에서 다음과 같이 당부하기도 했다.
“경전을 혼자 음미하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내용을 훤히 꿰뚫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박사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얽을 박자, 죽을 사자가 박사에요. ‘죽도록’ 공부하세요. 경전 박사가 될 때까지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불자들의 얼굴엔 새롭게 발심하려는 힘찬 기운이 역력했다.
봉선사 강설대법회는 한국 불교계 최고 강백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전수행의 정수를 전하는 자리다. 각 경전이 가르치는 핵심 내용을 근간으로 삼아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수행을 독려하기 위해 기획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여러번 버스를 갈아탄 끝에 참석한 정성어린 불자도 있었다. 동국역경원 박종린 과장이 이끄는 염불수행팀 12명은 주말의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법회에 참석했다. 부인과 손자 등 셋이서 참석한 김종성 거사(73·경기도 연천군 전곡리)는 “손자가 일곱 살이라 법회가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훗날 성인이 됐을 때 이 법회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람있어 했다.
설법전은 금강경의 가르침을 알고자 하는 불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입제식과 지관 스님의 법문, 진월 스님(동국대 교수)과 이평래 교수(충남대 철학과)의 질의와 이에 대한 지관 스님의 답변으로 3시간 가까이 법회는 이어졌다. 설법전이 비좁아 500여명 정도는 야외에 마련된 자리에서 법문을 경청했다. 경전을 공부하고자 주말 휴식의 달콤함도 뿌리치고 한걸음에 달려온 이들에게 불편한 자리쯤은 아무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오후 5시, 강의는 끝났지만, 경전 수행을 발심한 불자들은 다음주를 기약하며 힘찬 발걸음으로 일주문을 나갔다. 다음주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법회 이모저모
▲유모차 밀며 온가족 청법 나들이
토요일 오후, 초가을 봉선사는 가족 단위 불자들로 붐볐다. 큰 스님의 청법 나들이에 온 가족이 나섰기 때문. 이 중 단연 압권은 유모차 부대. 9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경전대법회를 동참한 김명숙 불자(32 ? 의정부시 호원동)는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뵙기 힘든 스님의 법문도 듣고 봉선사 참배도 해서 ‘일거양득’ 신행을 하게 됐다면서….

▲설법전만 강의실? 처처가 강의실
설법전에 들어가지 못해도 상관없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형 스피커가 법문 소리를 봉선사 구석구석에까지 퍼져나가게 했기 때문. 재가불자들은 설법전 앞마당은 물론, 능엄학림 강당 처마 밑 마루든, 큰 법당 안이든 지관 스님의 법문을 오롯이 들을 수 있었다. ‘처처강당(處處講堂).’ 재가불자들은 이 말의 의미를 법회현장에서 실감하는 눈치였다.

▲사하촌서 1500인분 국수공양
봉선사 종무소앞에서는 오전 일찍부터 천막이 쳐졌다. 아랫마을 사는 봉선사 사하촌 주민들이 법회 참석자들에게 점심공양으로 국수를 대접하기 위해 야외 천막 식당을 임시로 차린 것이다. 오후 2시부터 입제식이라 점심시간에 봉선사를 찾은 불자들에게 뜨거운 온정을 국수에 담아 무료로 나눠줬다. 국수맛 또한 일품이라 두 그릇씩 먹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원만회향 발원 50여명 철야정진
법회가 끝난 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법회가 열렸던 설법전에서 봉선사 신도회와 박종린(51ㆍ동국대 역경원 편찬과장)씨가 이끄는 염불절 수행팀 등 50여명이 철야정진을 했다. 이번 강설대법회의 원만 회향을 기원하는 정진이었다. 환희심을 맛본 신도회측은 박씨에게 강설대법회 일정이 다끝난후에도 철야정진 법회는 매월 한번씩 정례화 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앞으로 주요경전들 공부해야겠어요"
법회 후 반응은 한결 같았다. “경전이 어려운줄만 알았는데 스님이 조목조목 구성과 경전 탄생 배경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시니 이해하기가 쉬웠습니다.” 중학교 교장을 정년 퇴임한 김정삼(68)씨는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강백에게서 강의를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즐거워 했다.
강진영 교사(45ㆍ경기도 양평중학교)는 “경전을 열심히 공부하고 그 속에 담긴 진리를 잘 실천하다보면 깨달음에 이를 수도 있겠구나 어렴풋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아홉번의 강의도 모두 참석해 이번 기회를 통해 불교의 주요 경전들을 공부해 볼 생각입니다"고 보람있어 했다.

▲비천상 현수막, 축제분위기 물씬
봉선사 강설대법회 현장은 법회장이라기 보다 축제의 마당 같았다. 봉선사 입구에서부터 설법전까지 이어진 경내 곳곳에 강설대법회 현수막이 걸려 있어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특히 청풍루앞에는 10대 강백들의 사진을 크게 걸어놓아 경내 어디서나 한눈에 볼 수 있게 했고, 비천상 무늬의 현수막도 매다는 등 주최측인 봉선사의 철저하고 열의있는 법회 준비에 참석자들은 감동했다.
글=김주일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
2006-09-23 오전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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