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권철학의 핵심인 불이(不二)사상은 북한인권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북한 인권문제의 현실은 참담하다. 북한의 인권문제에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맞닿아 있고, 인권문제 인식의 편협성도 개재돼 있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은 인권문제 해결을 더더욱 어렵게 하며, 한국사회에서조차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불교포럼은 ‘북한인권법, 인권철학이 있는가’를 주제로 ‘2006 불교평화생명포럼’을 9월 20일 서울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노귀남 박사는 논문 ‘인간안보의 불교사상적 해석-북한인권문제의 대안을 찾는 불교인권철학의 정립’을 통해 불이사상과 만해 한용운의 생명ㆍ자유ㆍ평화사상을 통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답을 제시했다.
즉 인권문제를 ‘나에서부터’의 문제로 규정하고 그 인권을 실천해야할 주체를 ‘나’로 규정함으로써 불교의 자타불이 사상을 북한인권문제에 대입,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것.
‘일원론’이 불교인권철학의 효시
노 박사는 “만해의 <불교유신론>과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대요>에 나타난 ‘신은 자유를 주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는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 ‘자유는 만물의 생명,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 불교인권철학의 효시다”며 “불교인권철학의 개념은 일원론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권에 대한 가치개념이 서양의 이원론에서 불교의 일원론으로 근본적인 전환을 이룬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처럼 서구 관념론의 뿌리는 이원론이다. 서양의 이원론의 논리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 자체를 본체(본질)라고 말하기 어렵다. 왜냐면, 현상은 무수히 변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만큼 무수한 본체가 있다고 해야 하는 모순을 낳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고 자체의 본 모습인 ‘실상(實相)’을 그 바깥에서 찾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모순을 극복하고자 이원론은 현상을 부정하고 ‘이데아’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작 현상의 문제는 또 다시 배제되어 다시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자-타를 구분하는 서구의 이원론적 자유주의는 진정한 인권을 만들어 가는데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노 박사는 “불교인권철학의 핵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은 본질과 현상(‘본체’와 ‘주체’)의 관계 속에 현상의 실상이 있다고 보고 이때 현상의 변화는 그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변화에 예속된다”며 “현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그 근본 체성과 어떤 연관이 있고 이 점이 바로 존재-인식-실천을 동시에 보는 불이사상”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나와 남이 불이(不二)의 존재로 되는 일원론 속의 새로운 만남, 이 총체적인 그물망이 바로 온전한 생명존재이며 ‘포괄적 생명권’이 나오는 인권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연기법칙 입각해 ‘충돌’ 풀어야
덧붙여 노 박사는 “불이사상을 핵심으로 한 불교인권철학은 싸울 대상을 세우지 않기 때문에 ‘평화주의’를 포괄하며 존재를 인식과 실천의 문제에서 분리시키지 않는 ‘포괄적 생명존재’로 실천적 주체에서 나오는 실천적 인권이다”고 설명했다.
노 박사는 또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서구식 인권 개념을 강조하다 보면 나와 남의 구분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되고, 나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다 보면 남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마련이다”며 “서로 다른 자유와 권리 간에 충돌이 발생하는 모순을 불교에서 삶의 현실과 인권을 바라보는 ‘연기법칙’으로 풀어야하고 문제 해결점은 현실의 당면 과제에서 출발해 인권 당사자를 위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박사는 북한 주민을 살리고, 북한인권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실천적 인권에 대해 △사심(邪心)이 없을 것 △증오심을 버릴 것 △통일운동의 일상화 △통일운동의 대중화 △평화주의 등 ‘통일실천운동 5계’를 제시하며 ‘나로부터 출발’하는 인권운동을 제시했다.
“불이사상에 입각한 불교인권철학은 우리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 가장 실제적인 접근”이라는 노 박사는 “‘안과 밖’ ‘나와 너’가 하나로 규정되는 불교인권철학은 분단의 현실 속에서 공동체적 불이(不二)의 인권가치를 구현할 최고선(最高善)”이라고 주장했다.
노 박사는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인권(자유ㆍ평등ㆍ박애)’을 정치적 인권탄압에 대한 저항적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세대별, 성별, 계층별, 각 부문 소수자에 이르기까지 개인은 개인대로 집단은 집단대로 다양한 시각에서 인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현재 국제 사회에서의 인권관은 환경권, 평화권과 같은 집단의 권리로 주장하는 소위 ‘제3세대의 인권’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인권 개념에 ‘인간 안보(자유, 보건, 식량, 치안 등을 포함한 포괄적 생명권)’를 포함시키는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토론에서 한양대 김광용 교수는 “앞으로 불교인권철학을 펼쳐나갈 실천주체는 민중과 권력집단도 아닌 바로 본인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변희옥 교수도 “포괄적 생명권으로 표현되는 인권은 전시대의 ‘전투적 민주주의’와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