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보살은 80년대 전남 장흥 관산고에 불교학생회를 창립한 남편의 영향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뒤 남편을 따라 90년대 초반 수원을 거쳐 연천으로 이사를 왔다. 수원에 살 때는 인근 사찰 일요법회에 참석해 법문을 들을 수 있었으나 연천에서는 당시 일요법회를 봉행하는 곳이 군법당 뿐이었다. 그래서 인연을 맺은 사찰이 바로 5사단 통일 광복사. 군법당이지만 드물게 불교대학이 개설되어 있어 체계적으로 불교를 배웠고 일요법회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군포교의 어려운 현실도 접하게 됐다. 초코파이 하나에 종교를 바꾸는 현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93년 불교대학 동기들과 군법당을 지원하는 자비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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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28사단 예하 17개, 5사단 예하 15개 등 50여개의 군법당과 10여개의 민간 사찰이 있습니다. 군법당 후원이 절실하다는 걸 알고부터 불교 미래를 위해 지원해야겠다고 서원했습니다. 그래서 뜻있는 불자 몇 명과 함께 우선 5사단 예하 군법당만이라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자비회를 만들었습니다.”
98년 자비회는 이름을 ‘향지모임’으로 바꾸었다. 향지모임은 ‘향기롭고 지혜롭게 살고자 하는 불자들의 모임’의 줄임말. 연천지역 불자 90여명의 회원들이 매월 1만원씩의 회비를 내 군법당에 필요한 초코파이, 음료수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한때는 약 30개 법당을 지원했으나 최근 조계종 포교사단 등에서 정기적인 후원을 하고 있어 지금은 처음 군에 들어와 불교를 접하는 5사단과 28사단 신병교육대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5주에 한번씩 봉행되는 수계법회에는 햄버거 등 장병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준비해 직접 나눠주고 있고 5사단 신교대 법당, 정수 포교당, 육하 포교당, 백련사 등 지역 군법당 불사에도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박 보살은 벌써 13년째 지역 군법당의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매주 지역 군법당을 찾아 법회를 지원하고 있고 군법당 행사에 빠지는 법이 없다. 지난해 아들이 군대에 가면서 박 보살의 활동은 더 왕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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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군법당을 위문하기에 특별한 원찰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박 보살은 두달에 한번씩 모이는 향지모임 법회를 주관하며 신심을 키우고 있다. 회원 모임 형식으로 간단히 법회를 보지만 법회와 설법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9월 11일 음식점을 경영하는 회원집에서 열린 법회에서도 앵무새 우화를 소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산불이 났는데 앵무새 한 마리가 불을 끄겠다고 날개에 물을 적시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제석천왕이 보고 그렇게 해봐야 불을 끌 수 없는데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때 앵무새는 저 산에서는 제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것 밖에 없습니다라며 계속 날개짓을 했답니다. 우리도 서로 서로의 힘은 미약할지 모르겠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불교와 지역 사회를 위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박 보살은 최근 지역 사회 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향지모임 회원들을 일일이 설득해 2000년부터 지역 지역내 소년소녀가장과 독거어르신을 돕고 있다. 읍사무소 등의 추천이 아닌 회원들이 직접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 어리신이나 소년소녀가장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매년 10여명을 선발해 현금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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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3년전부터 중학교에 입학하는 불우청소년들을 매년 3명씩 선발해 교복을 맞추어 주는 운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교복 한 벌이 30만원정도여서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불우청소년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 다행히 향지모임 회원 가운데 교복가게를 운영하는 보살이 있어 원가로 후원을 받아 올해부터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도 선발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도 한두번에 그치겠지 했지만 박 보살의 원력과 향지모임 회원들의 단합된 신심이 지금까지 이같은 장학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군종병이나 군법당에 나왔던 장병들이 전역을 해 향지모임을 찾아올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미영 보살. 앞으로 향지모임의 후원자를 대폭 늘려 마음껏 군법당을 돕고 싶다는 말 속에 향기와 지혜가 녹아 있었다. 박 보살은 향지 모임 회원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