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구본사주지회의는 9월 19일 ‘현등사 사리는 현등사로 돌아와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교구본사주지회의는 결의문을 통해 “삼성문화재단이 합법적으로 현등사의 사리 및 사리구를 매입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조상의 유골마저도 거래할 수 있는 물품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故 이병철 회장의 나눔의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된 삼성문화재단의 문화적 안목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라며 “삼성문화재단은 불자들에게 공경과 예배의 대상인 부처님 사리를 재산적 가치인 매매품으로 취급하여 불교의 성물을 모독하고 불교를 폄훼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며, 운악산 현등사란 명문이 새겨진 현등사 사리함과 사리는 조건없이 현등사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법부는 삼성의 이익을 위해 1500년을 한결같이 사찰로서의 격을 잃지 않았던 현등사를 과거의 현등사와 현재의 현등사가 역사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라며 한국불교의 전통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까지 부정하는 매국의 논리를 생산해내고 있다”라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한 사법부는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결의했다.
한편, 조계종 현등사 사리 제자리찾기 추진위원회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삼성 리움미술관 앞에서 현등사 사리의 조속한 반환을 기원하는 현등사 사리 친견법회를 개최한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
현등사 사리는 현등사로 돌아와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운악산 현등사는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된 사찰로 1210년 보조국사 지눌스님에 의하여 중창되었으며, 1823년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된 이듬해 온 사부대중이 힘을 합쳐 재건한 이래 1500여 년 동안 대가람의 풍모를 간직해온 천년고찰이다.
현등사 사리는 1470년 현등사탑에 봉안되어 600여년 가까이 현등사의 역사와 함께 존속되어 왔으나 전문 도굴범들에 의해 도난되었고, 이를 삼성문화재단에서 매입하여 현재는 삼성 리움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리’라 함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끊임없는 정진과 수행의 공덕에 의해 생겨나는 것으로 불가에서는 공경과 예배의 대상으로 매우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성물(聖物)이다.
이러한 사리에 대해 문화재청은 “사리는 유골의 일부이자 예경의 대상이므로 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도 없으며, 향후에도 문화재로 지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리는 유골의 일부로 인위적으로 만든 공여물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될 수 없는 종교적 예경의 대상이 되는 것’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사리는 돈을 주고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의취득이 될 수 없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문화재단은 현등사 사리 및 사리구를 합법적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마치 ‘조상의 유골도 거래할 수 있는 물품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故 이병철 회장의 ‘나눔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갈등과 병리현상을 해소하여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고자 설립되었다는 삼성문화재단의 문화적 안목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땅의 사법부이다. ‘거래 대상’ 여부와 ‘선의 취득’ 여부가 본질인 이번 건에 대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엉뚱하게도 “과거의 현등사와 현재의 현등사가 역사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기에 삼성문화재단에서 보관하고 있는 사리에 대해 현등사는 그 소유권이 없다”라며 사리반환청구소송에서 삼성문화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1500여 년을 한결같이 사찰로서의 격을 잃지 않았던 현등사를 일제의 침탈을 기점으로 하여 과거와 현재로 나누는 만행을 저지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사법부의 논리라면, 대한민국은 서기 1945년에 탄생한 신생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법부는 단지 삼성의 이익을 위해 한국불교의 전통을 무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까지 부정하는 매국의 논리를 생산해내고 있고, 삼성문화재단은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도 구매할 수 있다는 거대한 자본의 몰염치로 불교를 폄훼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된 이래 수많은 사찰들이 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 속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며 중생들의 귀의처이자 문화의 보고 역할을 해 왔다. 이러한 사찰은 한국불교의 핵심이자 조계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와 전통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부정되거나 매도될 수 없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운악산 현등사’란 명문이 새겨진 ‘현등사 사리함과 사리’는 아무런 조건 없이 현등사로 즉각 돌아와야 한다.
사법부에 경고한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부정하고 천년고찰 현등사의 역사를 왜곡한다면 조계종은 물론 2천만 불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삼성문화재단에도 경고한다. 불자들에게 공경과 예배의 대상인 부처님 사리를 재산적 가치인 매매품으로 취급하여 불교의 성물을 모독하고 불교를 폄훼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주지 일동은 현등사 사리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모든 노력과 실천 활동을 지속할 것이며 대한민국 사법부와 삼성문화재단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한 사법부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 !
- 조상의 유골마저 재산적 가치로 매매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삼성문화재단은 사죄하고, 현등사 사리를 현등사로 즉각 반환하라 !
- 삼성문화재단은 故 이병철 회장의 ‘나눔의 철학’을 욕되게 하지 말라 !
2006년 9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주지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