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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부산 경혜여고(교장 정인곤) 대강당. 강당이 떠나갈 듯 시끄럽다. 명상 특별 수업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아갔지만 학생들의 재잘거림은 귀를 막아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우곡선원(원장 장명화) 심성개발교육원의 명상 수업이 시작되자 강당은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1학년과 2학년 전체 학생 720명은 우곡심성개발교육원 지도교사 김혜경 주례여중 교장의 명상 수업에 일순간 푹 빠져들었다.
“살기 위해서 숨을 쉬나요? 숨을 쉬니까 살아 있나요?”
김혜경 교장은 시작하기 전 불쑥 질문을 던졌다. 평소 잘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에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 동안 김 교장은 호흡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평소 숨 안 쉬는 사람은 없죠? 숨을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어 보세요. 날숨을 천천히 하면서 자신의 맥박을 느껴보세요. 평소 몰랐던 내 몸과 마음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될 겁니다.”
김 교장의 설명이 이어지고 우곡심성개발원 지도자들이 시범을 보이자 명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학생들이 날숨을 고르며 명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 세 개를 모아 쥐는 삼지법을 배우며 집중력을 키웠고 입시와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뭉쳐진 몸은 선기공 체조로 시원하게 풀어냈다.
명상 수업을 받은 최미선(1학년) 학생은 “처음엔 명상 수업은 왜 하나 했는데 잠깐이지만 명상을 해보니 집중력이 생기고 고요하게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앞으로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공부에만 매달려 획일화되는 것이 안타까워 숨통을 터주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준비한 수업”이라고 밝힌 정인곤 교장은 “생각보다 아이들이 진지하게 수업에 임해 기쁘다. 아이들이 좀더 창의적인 사고로 현재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최고의 방편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수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혜여고의 명상 특별 수업은 12월까지 9회에 걸쳐 진행된다. 우선 1,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3학년은 수능 16일전인 11월 8일 명상 수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도울 예정이다. 고등학교에서 전교생이 명상 교육을 받는 경우도 드문 일인데다 3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명상 수업을 실시하는 것은 경혜여고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그동안 청소년 참선 명상 프로그램으로 놀토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 온 우곡심성개발원은 앞으로 경혜여고뿐 아니라 금정고등학교에서도 요청을 받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명상 수업을 실시하게 된다.
우곡심성개발교육원은 “주의집중력 기르기, 마음 다스리기, 나의 마음 찾아보기, 바른 자세 등을 통해 심성 개발과 아울러 학업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게 돼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