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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도 ‘삼키는’ 동북공정
김용현 교수
백두산은 한민족의 뿌리이자 민족의 영산이다. 한민족사는 백두산에서 발원했고, 반만년을 이어 왔다. 앞으로도 백두산은 한민족 번영과 동북아의 공존을 지켜 볼 상징적 성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백두산 중국 땅 만들기’를 시도하면서 불자들의 우려가 자못 커지고 있다. 자칫 한중 선린관계와 북중관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이같은 시도는 당장 중지해야 마땅하다. 역사적으로나 실체적 사실로 봐도 백두산은 한민족사와 함께 해 왔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중국 동북 변경의 역사 및 현상계열에 대한 연구프로젝트’의 줄임말인 동북공정은 2002년 2월 시작되었다. 2년 전 고구려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중 양국 정부는 이 문제가 정치화하는 것을 방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중국은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포함한 우리의 고대사를 왜곡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동북공정은 공식적으로 5년간 추진되어 2007년 2월 마감하게 되어 있지만,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의 중국식 명칭인 ‘장백산 개발 프로젝트’도 동북공정 추진과 아울러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업기지진흥전략’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낙후된 백두산 지역을 개발하고 관광을 진흥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진행된 백두산 개발 사업들이 단순한 관광 진흥 차원이라고 믿지 않는다. 이미 백두산을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채워 넣음으로써 사업의 순수성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중국은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하고 있고, 오는 2018년 제25회 동계올림픽 백두산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위해 백두산 인접 지역에 국제공항 건설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중국이 백두산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백두산에 대한 중국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통일 한국을 대비해 현 상태로 국경을 고착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이 같은 시도는 북한이 핵문제와 미사일사태로 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한 사태 전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의 백두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남북한이 정면대응을 하기 어려운 틈을 활용한 중국의 이 같은 사태 전개는 대국답지 못한 처사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일관되게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과 경제력에 기반을 둔 일방주의적 외교를 비난해왔다.
국제 질서의 냉혹함인가. 이러한 중국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나 역사왜곡에 대한 접근, 중일간 영토문제에서 취한 태도와 너무도 다른 중국의 태도는 대단히 이중적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잣대로 과거사와 현재를 재단하는 모습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시점에서 9월 10일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중국의 원바자오(溫家寶) 총리의 정상회담 결과를 우리는 주목한다. 당시 원총리는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답을 한 바 있다. 두 정상간의 언급이 구두선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정부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손놓고 있거나 안이하게 대처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다각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통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자들 역시 백두산까지 뻗친 동북공정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2006-09-18 오전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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